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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만 정동극장 대표 “언제든 재미있는 공연 만나는 극장으로”

입력: ‘26-09-22 18:29 / 수정: ‘26-09-22 18:29
취임 5개월여 만에 첫 기자간담회
웹툰 IP 공연화·시니어 무대 추진
전문성 논란엔 “많이 배우고 있어”
“예술적 가치 있는 ‘재미’ 담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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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가 22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취임 소감 및 운영 방향과 비전 발표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동극장에 가면 재미있고 새로운 공연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극장, 모두 함께 놀 수 있는 문화 놀이터를 만들겠습니다.”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미’와 ‘놀이’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예술성이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외면받기 십상”이라면서 정동극장의 운영 방향이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내국인, 국내 팬들이 먼저 좋아하고 찾아오는 공연장”으로 귀결시켰다.

1982년 MBC 개그맨으로 데뷔한 서 대표는 코미디·예능·드라마에 출연했고, 마당놀이·뮤지컬·연극 등을 제작했다. 그는 “1982년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과 떨어져 지낸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많은 기자 앞에서 간담회를 하는 건 처음이라 기분이 좋으면서도 긴장된다”고 운을 뗐다.

지난 4월 10일 임기 3년의 대표이사로 임명된 지 5개월여 만에 간담회를 한 까닭을 묻자 “은근히 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면서 “조직을 파악하는 데만 열흘 넘게 걸렸고, 5개월 동안 지방 출장을 14번 다녀왔다”고 털어놨다. 6개월이 다 돼 가도록 일요일에 쉰 날은 단 하루였다고 했다.

고심하고 논의하면서 내놓은 극장 운영의 큰 틀은 다섯 가지로, 대표 레퍼토리 육성과 예술단 고유의 예술적 가치 강화, 국내외 예술기관과의 협력 확대, 관객과 함께 성장하는 열린 극장, 지속 가능한 예술·조직 기반 구축이다.

이 중 오래 살아남는 레퍼토리를 첫손에 꼽았다. 서 대표는 “좋은 공연은 만드는 것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정말 어려운데 그렇게 만들어 놓고 사라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면서 “시간이 지나도 오랫동안 정동극장의 레퍼토리로 공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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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연희극 ‘광대’. 국립정동극장 제공


신호탄은 웹툰이다. 극장은 지난 6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동극장의 결에 맞는 웹툰을 골라 2027년 낭독 쇼케이스를 열고, 2028년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처음부터 큰 공연을 만드는 게 아니라 리딩 공연으로 가치를 확인한 뒤 정식 공연으로 키우겠다”면서 “웹툰뿐 아니라 감동과 재미를 줄 수 있는 소재라면 어떤 것이든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극장의 대표 레퍼토리인 ‘적벽’,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비밀의 화원’을 예로 들었다. ‘쇼맨’과 ‘비밀의 화원’은 창작진과 소재를 함께 개발해 정동극장이 신작으로 먼저 선보였고, ‘적벽’은 대학에서 만들어진 공연을 정동극장 세실의 ‘창작ing’ 프로그램을 거쳐 2차 제작 방식으로 레퍼토리화한 사례다. 문효원 제작팀장은 “리딩 공연과 쇼케이스를 거쳐 신작을 발표하는 단계별 시스템으로 내실을 다지고, 재공연을 거듭하며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도록 2차 개발을 넓히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권리 문제가 걸림돌이다. 문 팀장은 “초기 개발작은 국내 공연권만 다루다 보니 창작진도 극장도 확장의 길을 찾지 못했다”면서 “앞으로 제작하는 창작 공연이나 뮤지컬은 IP(지식재산권)부터 함께 갖고 해외 교류까지 극장이 직접 진행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2차 제작극장’ 모델을 다져 온 세실 극장의 운영도 연장한다. 서 대표는 “힘들게 만든 좋은 작품이 여력이 안 돼 사라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창작자에게는 다시 도약할 기회를, 관객에게는 새롭게 다듬은 좋은 작품을 만날 기회를 주는 2차 제작극장 역할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작품 개발을 위해 협력의 폭도 확장했다. 취임 4개월 사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등과 업무협약(MOU)을 8건 맺었다는 서 대표는 “협약을 맺는 데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단체들과 실제 협업을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8월 일본 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와 업무협약을 약속하면서 예술단의 전통연희극 ‘광대’를 세타가야 무대에 올리고, 세타가야의 작품은 정동극장으로 초청해 국내 관객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무용·타악·소리 단원으로 이뤄진 예술단의 역량을 살려 전통을 동시대 감각으로 잇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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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만(왼쪽)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와 시라이 아키라(오른쪽) 일본 세타가야 퍼블릭 시어터 예술감독이 한일 문화교류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소감을 전하고 있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오는 29일 정동 야외마당에서 점심 공연인 ‘정오의 한마당’을 올리고, 연말엔 마당놀이를 계획하고 있다. ‘정오의 한마당’에선 대한택견회와 함께하는 택견 시범에 줄타기 같은 남사당놀이 여섯 마당을 벌인다. 10월에는 정동마루에서 출판사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도 연다. 줄곧 질문이 나온 ‘정동극장만의 차별점’에 대해 서 대표는 “모두 함께 놀 수 있는 문화 놀이터를 만드는 게 내 방향 가운데 하나”라고 거듭 말했다.

특히 공을 들이는 대목은 중장년·시니어 세대가 직접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그가 “숙원 사업”이라 부르는 이 사업은 내년 초 시작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계기는 드라마 지방 촬영 현장에서 만난 단역 배우들이었다. 연기를 꿈꿨지만 여러 사정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이들을 만나면서 “그런 분들에게 인생의 마지막에 정열을 불태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우려도 잇따랐다. 이미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하는 프로그램을 국립 공연장이 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그는 “국립이니까 공익적인 작품도 만드는 게 나쁘지 않다”고 반박하면서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것도 국립정동극장의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속 가능한 기반을 다지는 데서 그가 가장 힘준 것은 안전이다. 부임 직후 현장 안전 점검을 강화하고 별도의 안전TF팀을 꾸렸다. 직급·부서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내부 제안 제도도 만들었다. 임직원의 심리·정서를 돕는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도 도입했다. “결국 좋은 조직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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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던터치’는 스스로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 외로운 도시인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양지안 역은 박규리(왼쪽)와 한재아가, 문정원 역은 류제윤(오른쪽)이 맡는다. 국립정동극장 제공


지난여름 세실 무대에 오른 ‘창작ing’ 선정작 뮤지컬 ‘던터치’는 주연 배우가 다쳐 조기 폐막 위기에 몰렸다가 캐스팅을 다시 짜 공연을 이어 가기도 했다. 당시 극장은 출연하지 못한 배우들의 출연료를 보전하고 공연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서 대표는 “배우의 부상은 당사자뿐 아니라 함께 연습해 온 다른 배우들에게도 악재였고, 기다리는 관객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면서 “무대를 위해 고생했는데 다쳐서 출연도 못 하고 출연료까지 못 받는다면 배우 입장에서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고 이유를 댔다. “국립기관의 책임감까지는 생각 못했고 배우 입장만 봤다”고 털어놨다.

이날 간담회에선 취임 당시 그의 이력과 전문성이 도마에 올랐던 터라 정동극장의 정체성과 운영 방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재미’를 앞세운 데 대한 반문이 이어졌다. 정동극장이 상설 전통공연을 올리면서 외국인 관광 자원으로서 역할했던 점, 재미가 없더라도 순수예술 작품을 끌고 갈 가치와 화두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서 대표는 “웃고 떠들고 신나는 것만 재미가 아니다”라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햄릿’ 같은 비극도 재미있게 본다. 재미 안에는 비극도 희극도 있고 예술적 가치도 있다”고 풀이했다.

이어 “이쪽(공연계)에서 정말 오래 일해 스스로 최적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부족한 건 한두 가지가 아니고, 팀원들과 함께 조금씩 채워 나가고 있다”고 인정했다. “국립 공연장은 한 번도 운영해 본 적이 없다는 게 가장 부족한 점”이라고 고백하듯 말한 그는 “국립이라는 부담감도 있어 많이 배우고 있다”고 시인했다.

아울러 “서울 한복판에 놓인 정동극장, 이 말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 공연예술의 새로운 창작과 유통을 만들어 가는 공공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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