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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너를 키우며 행복했어”…평생 뇌전증 앓은 34세, 4명 살리고 떠났다

입력: ‘26-08-06 10:47 / 수정: ‘26-08-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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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증자 소인후씨의 일상.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뇌전증 진단을 받고 평생을 투병한 30대 남성이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기증해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소인후(34)씨는 지난달 1일 전북대학교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

199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소씨는 생후 7개월 무렵 경기 증상을 보인 뒤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어린 시절에는 보조기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으면 걸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대 초반 심한 폐렴으로 기관 삽관을 받고 오랜 기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은 뒤 건강이 크게 나빠졌다.

이후 거동이 어려워진 소씨는 10여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누워 지냈다. 병원에 가는 날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한두 차례 어머니와 함께 나서는 산책이 사실상 유일한 외출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말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웠던 소씨는 표정과 몸짓으로 마음을 전했다. 어머니가 말을 건네면 미소로 답하는 등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6월 소씨는 갑자기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의료진에게 장기기증에 관한 설명을 들은 어머니 양영희씨는 가장 먼저 “오래 아팠던 아이라 기증할 수 있는 장기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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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증자 소인후씨와 어머니 양영희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양씨는 아들의 일부라도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소씨가 기증한 장기는 생명을 이어갈 누군가에게 전달됐다.

오랜 세월 아들을 돌본 양씨는 오히려 자신이 아들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그런 아들이 오랜 돌봄의 시간을 견디게 한 힘이었다”며 “내가 아들을 살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들이 나를 살게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인후야, 엄마와 함께 있지 못한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 엄마 마음속에는 네가 항상 함께하고 있을 거야. 엄마는 너를 키우며 많이 행복했어. 너를 잊지 않아. 그리운 내 아들, 너무 보고 싶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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