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 폐지…‘기상기후 전문가’ 도입
기존 기상캐스터 계약 종료…재계약 없어
‘오요안나 동기’ 금채림 “사랑하던 일 사라져”
▲ 고 오요안나 전 MBC 기상캐스터의 1주기였던 지난해 9월 15일 MBC 기상캐스터들이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날씨를 전하고 있다. 자료 : MBC 보도화면 캡쳐
고(故) 오요안나 전 기상캐스터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건을 계기로 MBC가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면서, 고인의 입사 동기를 비롯한 기존 기상캐스터 전원이 MBC와의 계약 종료로 회사를 떠났다.
9일 미디어오늘 등에 따르면 금채림, 이현승, 김가영, 최아리 등 기존 MBC 기상캐스터들은 전날 방송을 마지막으로 계약이 종료됐다.
이러한 사실은 금 전 기상캐스터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마지막 방송 후 동료들에게 꽃다발과 감사패 등을 받은 사진과 심경을 담은 글을 공개하며 알려졌다.
금 전 기상캐스터는 “MBC에서 보낸 5년여 동안 카메라 앞에선 늘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날씨를 전해드렸다”면서도 “사랑하던 일과 직업이 사라진다는 사실 앞에서 아쉬움과 먹먹함이 남는 것도 솔직한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금 전 기상캐스터는 고인과 함께 2021년 입사한 동기다.
앞서 MBC는 오 전 기상캐스터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고용노동부의 판단을 받아들이고 기상캐스터 등 사내 프리랜서 사원들에 대한 처우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MBC는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직 중심의 ‘기상기후 전문가’ 직무로 개편해 향후 날씨 관련 보도를 기상기후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기존 기상캐스터들은 계약 기간까지 근무하게 된다.
▲ 고(故) 오요안나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나 기상기후 전문가 도입이 자칫 기존 기상캐스터들을 내쫓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리랜서 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돼왔다.
MBC가 지난해 9월 이러한 구상을 발표하자 유족은 “기상캐스터들의 정규직화를 위해 싸워왔는데, 딸의 동료들까지 다 나가라고 할 줄은 몰랐다”고 반발했다.
이러한 우려에 MBC는 기존 기상캐스터들의 처우에 대한 논의를 추후 이어가고, 이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또한 기상기후 전문가 채용에 기존 기상캐스터들도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C는 지난해 12월 기상기후 전문가 공개채용에 나섰으며, 기존 기상캐스터들은 재계약 없이 회사를 떠났다.
한편 오 전 기상캐스터는 2024년 9월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으며, 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호소 등이 담긴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 MBC를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고인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기상캐스터인 고인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해당 법의 ‘직장 내 괴롭힘’ 규정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는 이 같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받아들였고, 유족과의 대화를 거쳐 지난해 10월 ▲고인에 대한 사과 ▲명예 사원증 수여 ▲재발 방지책 약속 등에 합의했다.
유족은 고인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한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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