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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해서 곧 끔찍한 일이 닥칠 것만 같아요”

입력: ‘26-09-24 17:48 / 수정: ‘26-09-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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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절벽의 신자들


“너무 평온해서 곧 끔찍한 일이 닥칠 것만 같아요.”(조예은, ‘녹색 절벽의 신자들’ 중에서)

한국 호러의 희망, 소설가 조예은의 신작 ‘녹색 절벽의 신자들’(오리지널스)은 “세상이 곧 멸망할 것이다. 절벽이 세계의 가장 행복한 지점으로 보내줄 것”이라는 교리를 믿는 사이비 종교 단체가 일으킨 집단 자살 사건과 그에 얽힌 복수극을 그린다. 외딴 산골에 사는 고등학생 오연은 어느 날부터 녹색 절벽이 등장하는 악몽을 반복적으로 꾼다. 친구 제언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 사건을 추적하던 오언은 충격적인 복수극에 휘말린다. 외계인, 사이비 종교, 악몽 등 호러소설의 요소들이 긴장감 있는 문체와 엮인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 밀리로드 연재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 ‘군체’,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조예은의 이 소설을 추천하며 “기묘한 낯섦과 내 안에 있던 감정을 들킨 것 같은 대립적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평했다. 388쪽,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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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 혹은 멀의 세계


“멀은 살아있는 인간을 조종해 본 적이 없다. 가능하다고 듣긴 했고, 직접 해봤다고 주장하는 자들과 패킷을 주고받은 적도 있지만, 살아서 사고하는 존재의 신체를 훔치는 건 어쩐지…… 문제가 있다고 늘 생각해 왔다.”(에드워드 애슈턴, 공보경 옮김, ‘멀 혹은 멀의 세계’ 중에서)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한 ‘미키17’의 원작자 에드워드 애슈턴의 신작 SF소설 ‘멀 혹은 멀의 세계’(문학수첩)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뒤흔드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유전자 조작, 신체 강화 등 과학기술의 활용으로 인간의 한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사회가 도래했다. 그러나 신체 조작이나 개조를 거부하며 인간의 본질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가 이런 흐름에 저항한다. ‘휴머니스트’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들을 제압하려는 연방군에 맞선다. 이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자아를 지닌 인공지능(AI) ‘멀’이다.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멀은 ‘인포스페이스’를 통해 드론, 보안 카메라 등을 오갈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멀은 온몸을 신체 강화 기술로 뒤덮은 사이보그 여성의 몸에 갇히게 된다. 이 여성은 전쟁 중 치명상을 입고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멀 역시 곧 죽음을 맞이한다.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리고 살아남는 것이란 무엇일까. 416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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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


“‘내가 당신과 약혼한 신랑이오. 예전에 만났을 때에는 곰 가죽을 입은 모습이었지만 오늘은 하느님 은총으로 본래 인간 모습으로 돌아와 이렇게 깨끗한 몸이 되었소.’ 병사는 신부 곁으로 가서 그녀를 얼싸안고 입맞춤을 했다. 그사이에 언니들은 한껏 치장을 하고 나왔는데 이 멋있는 남자가 막내의 차지가 되어 있었다. 언니들은 그가 곰 가죽을 입고 있던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화가 나고 분통이 터져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한 언니는 우물에 몸을 던지고, 다른 언니는 나무에 목을 매었다. 저녁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신랑이 문을 열어 보니 그 앞에는 초록 윗옷을 입은 악마가 서 있었다. ‘봤지? 자네 영혼 하나 대신 나는 두 개의 영혼을 얻었다네.’”(그림형제, ‘곰 가죽 사나이’ 중에서)

독일의 동화작가 그림형제(야콥 그림, 빌헬름 그림)의 동화는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른도 읽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형제의 동화 101편을 선별해 한국어로 옮긴 ‘가장 아름다운 그림형제 동화 101선’(산지니)이 출간됐다. 독문학자 배중환 부산외대 명예교수가 옮긴 이 책은 그림형제 생전 마지막 판본인 1857년 제7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이후 간행된 여러 독일어 판본과 선집을 두루 참고해 번역했다. 흔히 알려진 그림형제 동화는 오랜 시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되고 순화됐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잔혹한 장면도, 뜻밖의 반전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여백도 그대로 만날 수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으며 익숙한 이야기의 낯설고 서늘한 면모까지 마주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712쪽, 4만 2000원.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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