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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벽돌책’ 깨기에 도전해 볼까… 묵직한 신간 평전·회고록

입력: ‘26-09-24 06:48 / 수정: ‘26-09-24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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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평전.


벽돌처럼 두껍고 무거워 선뜻 집어 들기 부담스럽지만, 묘한 도전 의식을 주는 책을 ‘벽돌책’이라고 부른다. 평소 바쁜 일상 탓에 미뤄뒀던 신간 벽돌책을 독파하기에 이번 추석 연휴는 절호의 기회다. 긴 연휴를 묵직하게 채워줄 평전과 회고록을 소개한다.

먼저, 노 전 대통령 탄생 80주년을 맞아 지난달 출간된 ‘노무현 평전’(위즈덤하우스)은 무려 928쪽에 달한다. 그동안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에서 사후 자서전인 ‘운명이다’, 미완성 회고록 ‘성공과 좌절’ 등을 펴낸 바 있지만, 공식 평전 출간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필은 참여정부 시절 대변인과 제1부속실장, 연설기획비서관 등을 지내고 경남 김해시 봉하에서 마지막까지 집필팀으로 함께했던 윤태영 전 대변인이 맡았다. 저자는 노무현사료관에 보관된 대통령의 구술과 연설문과 같은 공식 자료는 물론, 참여정부 당시 참모들이 남긴 수십 권의 메모와 녹취, 비망록 등 160여개 비공개 기록을 참고했다. 여기에 저자가 청와대 참모로 일하던 때 기록해 둔 600여권의 수첩과 1000개의 파일까지 방대한 사료가 총동원됐다.

노동자와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정치인, 탈권위와 원칙을 추구한 대통령, 그리고 모두 함께 가는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꾼 인간 노무현의 진면목을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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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탈린 평전.


952쪽이라는 압도적인 분량을 자랑하는 ‘스탈린 평전’(21세기북스)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21세기북스에서 지난해부터 출간하고 있는 정치·사상 교양 총서 ‘그레이트 하모니’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책으로 러시아 근현대사·혁명사 석학인 로버트 서비스가 집필했다. 스탈린의 조카였던 키라 알릴루예바 등 측근 인터뷰와 러시아 문서보관소의 방대한 소장 문서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공식 생일을 조작할 만큼 철저한 신비주의 장막 뒤에 숨은 관료, 피에 굶주린 무자비한 학살자로 각인돼 있던 스탈린의 단편적인 초상을 산산조각 낸다. 미공개 편지와 일기, 극비 공식 문건을 낱낱이 파헤쳐 신화와 왜곡의 베일에 가려져 있던 스탈린의 참모습을 완벽하게 복원해 낸다.

매일 500쪽의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지식을 갈망한 지식인이자 작가, 정교회 신학교 교육으로 형성된 독특한 내면세계를 지녔던 입체적이면서도 모순된 면모가 역동적으로 부활한다. 동시에 비범한 자질 이면에 도사린 지독한 불안과 피해망상이 어떻게 오랜 혁명 동지마저 가혹하게 짓밟는 잔혹한 독재를 낳았는지 그 서늘한 민낯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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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헐버트 회고록.


한국을 사랑한 ‘대한미국인’ 호머 B. 헐버트 박사의 776쪽짜리 생애 기록인 ‘헐버트 회고록’(푸른역사)도 출간됐다. 이 책은 헐버트 박사가 1886년부터 1930년대 초까지 자신이 겪은 파란만장한 삶과 국제 정세에 관한 통찰을, 1920년대부터 1932년 말까지 타자기로 작성한 자서전이다. 옥성득 미국 UCLA 교수가 컬럼비아대 도서관에 잠들어 있던 원고를 어렵게 확보해 일부 희미한 본문을 완성하고, 350개의 역주와 관련 사진을 더해 90여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이 책의 백미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역사의 이면이다. 제물포에서 한양에 입성하기까지의 고된 여정, ‘friend’를 ‘부렌두’라 발음하는 육영공원의 수업 풍경이 흥미롭게 묘사된다. ‘동사찬요’ 탐독에서 시작된 한국 고대사에 관한 흥미, 영국의 전문학술서까지 동원한 한글-드라비다어 연구는 헐버트의 학술적 관심사를 보여준다. 특히 명성황후 시해범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일본 재판의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고, 필리핀을 얻기 위해 을사늑약 무효를 호소하는 고종의 밀서를 외면한 미국의 행보를 조명하며 국제 정치의 냉혹한 ‘힘의 논리’를 절감하게 한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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