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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년 잠 깬 ‘황자화통’… 韓 화약무기 역사 100년 앞당겼다

입력: ‘26-09-22 01:41 / 수정: ‘26-09-22 01:41

지뢰탐지병들 나주 금성산서 발견
23.75㎝·1032g 개인 휴대용 ‘화통’
1555년 천자총통 제친 13~14세기
겉면 28자 음각… 장인·감독관 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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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광주 나주시 금성산에서 발견된 개인 휴대용 화약 무기인 ‘황자화통’ 모습.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2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설명회를 열고 이 황자화통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화약 무기보다도 100년 이상 앞선 보물급 유물이라고 밝혔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우리는 흔히 한민족을 ‘활의 민족’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전남광주 영산강 유역에서 발견된 수백년 된 대포 유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화력에 진심인 민족’이라는 별칭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 유물을 발견한 건 지뢰를 탐지하던 육군 장병들이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나주시 금성산에서 발굴한 화약 무기 ‘황자화통’(黃字火筒)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화약무기로 밝혀졌다고 21일 밝혔다. ‘화통’은 화약을 사용해 화살이나 탄알을 쏘아 내보내는 무기로, 당시 주력 무기였던 활보다 사거리, 파괴력 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개인 휴대용 소형 화약 무기다.

연구소에 따르면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이후에는 주로 ‘총통’(銃筒)이라는 명칭을 사용했기 때문에 고려 말~조선 초(14~15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무기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는 보물급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제작 시기가 확인되는 화포 유물 가운데 가장 이른 건 천자총통(天字銃筒·1555년)이었다.

나주 황자화통은 2023년 11월 육군이 ‘미확인 지뢰지대’에서 등산로 공사를 앞두고 지뢰를 탐지하다 표토(겉흙) 10㎝ 깊이에서 발견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발견된 유물은 발사체가 나가는 총부리, 화약을 넣는 약통, 손잡이 나무 자루를 끼우는 모병(冒柄) 등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길이 23.75㎝, 구경 1.66㎝이며 무게는 1032g으로, 개인 휴대가 가능한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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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자화통 몸체에 새겨진 명문 28자 모습. 제작 시기와 제원, 제작자와 감독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 제공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음각으로 새겨진 28자다. 한자를 해석하면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다. 무게는 1근 14량이다. 감독자는 녹사(錄事) 안휴보(安休甫)이고, 장인은 석(石)이다’다. 무기를 만든 시기와 구체적인 제원은 물론 무기를 제작한 장인과 감독관의 신원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를 근거로 연구소는 제작 시기를 고려 말기인 1377년 혹은 조선 세종 시대인 1437년으로 추정했다. 1377년은 고려 우왕(재위 1374~1388) 시기로 최무선(1326~1395)의 건의로 화약 무기를 제작하는 화통도감(火桶都監)이 설치된 해다. 1437년은 세종의 지휘로 화약 무기 혁신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때다.

연구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비교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1377년과 1437년 중 실제 제작 연도를 확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국내에서 발견·발굴된 화약 무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유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약 무기의 초기 역사를 밝힐 중요한 단서로, 향후 보물 지정 절차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황자화통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 12월에는 대한민국 국제지상군방위산업전(K-DEX)에서도 유물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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