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에서(브라이언 딜런 지음, 서민아 옮김, 을유문화사)부모의 죽음이라는 이중의 장벽은 철저히 밀봉된 방을 만들어 냈다. 저 바깥에 있는 모든 것을, 애도라는 두터운 관문 너머로 언뜻 비칠 뿐이기에 더욱 매혹적이어 보이는 그 모든 것을 꿈꾸도록 만드는 밀실. 그곳이 내 기억의 저장소다. 내가 지금 묘사하려는 사물들은 마치 명료한 회상이라는 부식성 공기 속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듯 바다 깊숙이 가라앉아 있다.
아일랜드 출신 에세이스트 브라이언 딜런의 데뷔작. 인생을 비평의 대상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상찬받은 작가의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0대 중반일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대학 입학 직후에 갑작스럽게 작고한 아버지. 그들의 죽음은 작가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468쪽, 1만 8500원.
서울 풍류(은모든 지음, 인플루엔셜)삶의 무대를 고향의 작은 섬에서 서울로, 다시 머나먼 이국으로 옮기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던 김환기의 그림에는 어느 시기에나 작은 섬이라는 최초의 무대를 감싸고 있던 바다의 푸른빛이 깃들어 있다. 한편으로는 현실을 옥죄는 한계와 다름없는 빛. 동시에 그 너머의 가능성을 애타게 꿈꾸도록 부추기는 빛.
‘애주가의 결심’을 비롯해 다정한 생활 감각으로 일상의 섬세한 결을 포착한 소설가 은모든의 첫 번째 에세이. 서울이라는 도시의 맛과 멋, 흥을 논하는 ‘풍류’ 에세이이자, 꽃과 술 애호가인 ‘현대판 풍류가’ 은모든이 서울 곳곳을 누비며 발견하고 감각한 것들의 기록이다. 284쪽, 1만 8000원.
봄날의 커튼콜(이근미 지음, 자음과모음)세상에는 왜 이렇게 마음 시린 아이가 많은 걸까. 그리고 책임감 없는 어른이 너무 많다. 우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참아 줄 수 없었을까. 엄마를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우리 엄마처럼 안간힘을 다해 버티다가 더 견딜 수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떠난 어른들이.
‘17세’, ‘나의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청소년의 다채로운 얼굴을 그려온 이근미의 장편. 고등학생 민권희는 며느리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할머니, 얹혀사는 고모, 할머니에게 휘둘리다 이혼한 아빠와 산다. 새엄마는 천사 같지만 친엄마에게 미안해 마음을 열지 못한다. 친구들 권유로 뮤지컬 창작팀에 합류해 ‘가족에 대한 감사’를 주제로 가사를 쓰고 연말 무대에도 서야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새엄마와 가까워질 수 있을까. 200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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