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의 목소리/모사브 아부 토하 외 지음/이나현 옮김/돌베개/440쪽/2만 6000원
누군가에게 팔레스타인 가자라는 도시는 위아래 층에 형제들이 살고 1층에는 부모님이 사시는 따뜻한 보금자리였다. 아버지가 정원에서 닭과 토끼를 정성껏 돌보고, 사랑하는 책으로 가득찬 서재가 있는 곳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딸기 농장과 오렌지 나무 숲, 와이너리, 해변이 있는 도시로 기억된다.
하지만 지금의 가자는 F-16 전투기가 폭탄을 투하하는 도시이며, 드론이 해변에서 축구공을 차는 아이들에게 미사일을 발사하고 주변 행인을 공격하는 잔혹한 공간이 돼 버렸다.
‘가자의 목소리’는 ‘도시’이면서 ‘도시가 아닌’ 가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낸다. 23명의 작가, 저널리스트, 학자, 활동가들은 포탄이 떨어지는 가자 현장에서 이들과 연대하는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고통과 저항을 여러 형식을 통해 생생하게 기록했다.
6살 힌드 라잡이 탄 차는 출발하자마자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가까스로 전화가 연결된 아이는 제발 빨리 와서 구조해 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아이를 구조하러 간 구호활동가들, 응급구조사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이어졌다. 그렇게 딸을 잃은 하나 아사프는 애끓는 심정을 토해낸다.
“저는 딸을 구하러 가지 못했어요. 구하러 와 달라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도 가지 못한 엄마의 마음보다 더 처절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아가야, 엄마는 정말로 갈 수가 없었단다. 용서해 줘. 용서해줘, 아가야.”
시인인 모사브 아부 토하는 영문도 모른 채 구금당하고 발가벗겨진 채 모욕당했다. 그는 두려움을 느낄 새조차 없이 구타당해야 했던, 그러나 ‘운 좋게 살아남은’ 자신의 상황을 담담히 기록한다.
그는 “희망이란 말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참 어려운 것이다. 희망이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 내고 돌봐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망이 자라도록 도와야만 한다”고 말한다.
2023년 10월 20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망한 히바 아부 나다의 시 ‘그대에게 안식을 허한다’도 실렸다. 그는 “그대와 아이들에게 안식을 허한다. 작은 그 아이들이 로켓포의 방향을 바꾸어 그 미소 앞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랑했고 함께 죽어 간 이들은 언젠가 웃으리라”라고 노래했다.
책에는 절망을 견뎌내며 꿋꿋이 버티고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저항하는 사람들, 독립과 자유와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결코 지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그들의 모습에서 존엄을 발견하게 된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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