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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세·천선란·김은숙이 빚은 세계관, 뮤지컬로 만나다

입력: ‘26-09-29 00:25 / 수정: ‘26-09-29 00:25
만화 원작 ‘남벌’ 30년 만에 무대로

주인공 오혜성의 고뇌·결단 압축
여성 서사도 현대식으로 재구성
소설 원작 ‘이끼숲’ 새달 초연

한 친구 구하기 위한 여정 그려
입체적 인물, 절제된 감정 구현
드라마 원작 ‘도깨비’앓이 다시

김신·지은탁 등 ‘인생캐’ 그대로
대극장 스케일로 감동은 두 배
1990년대 만화방, 2010년대의 TV, 2020년대 책장, 서로 다른 시대와 매체에서 태어난 세 이야기가 나란히 뮤지컬 무대로 향한다. 이현세(70) 작가의 만화 ‘남벌’(1994), 김은숙(53)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2016), 천선란(33) 작가의 소설 ‘이끼숲’(2023)이 극장에서 다시 호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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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세대의 인생 서사가 뮤지컬로 재호명돼 관객들을 만난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이끼숲’. 라이브커넥션 제공


가장 먼저 막을 올리는 작품은 ‘이끼숲’이다. 환경 파괴로 지하도시에 갇혀 사는 아이들이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지상을 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천 개의 파랑’, ‘뼈의 기록’에 이어 소설을 무대로 옮긴 천 작가는 최근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구하는 이야기, 제 친구 한 명을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은 원작의 세계관과 정서를 유지하면서 인물과 여정을 새로 구성했다. 여섯 친구를 넷으로 줄여 한 명 한 명을 더 입체적으로 구현했고, 소음까지 끌어들여 통제된 세계의 감각을 전한다. 오루피나 연출은 “지하의 삶은 인간을 살리는 효율적인 방식이면서 감정을 죽이는 방식이기도 하다”며 “이런 아이러니를 설명하기보다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0월 1일부터 12월 13일까지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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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세대의 인생 서사가 뮤지컬로 재호명돼 관객들을 만난다. 이현세 작가의 만화를 토대로 만든 뮤지컬 ‘남벌’. 감탄사 제공


스포츠지에 연재되고 단행본 누적 100만부를 넘긴 만화 ‘남벌’이 30년 만에 처음 무대에 오른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에 2000여명이 억류된 사건이 터지고, 구출 작전에 나서는 서사의 골격을 지키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주인공 오혜성의 고뇌와 결단으로 좁혔다.

원작이 여성 인물을 그리던 방식을 두고 제기돼온 비판을 의식해 현재의 감수성과 어긋나는 묘사도 상당 부분 걷어냈다. 그 자리에는 절망 속에서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경찰 최엄지의 신념이 들어섰다. 넘버 26곡으로 150분을 채우는 이 작품은 오종혁·선율이 오혜성을 맡아 10월 23일부터 11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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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세대의 인생 서사가 뮤지컬로 재호명돼 관객들을 만난다. 대극장 뮤지컬로 제작을 앞둔 tvN 드라마 ‘도깨비’. tvN 제공


‘도깨비앓이’를 낳은 판타지 로맨스 ‘도깨비’는 가장 멀리 있지만 가장 큰 그림을 그린다. 방영된 지 10년이 지나도 여전한 ‘인생작’의 열기가 무대화로 이어진다.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저승사자(이동욱)가 그려낸 낭만 설화의 정서를 지키면서 삶과 죽음, 사랑과 운명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선명하게 다듬을 예정이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 등에서 공동 제작 경험을 쌓은 라이브러리컴퍼니는 최근 김 작가, 스튜디오드래곤과 최근 판권 계약을 하고 세계 무대를 겨냥한 대극장 뮤지컬로 키운다는 구상을 내놨다. 김명은 총괄대표는 “원작의 정서를 지키면서 무대만이 전할 수 있는 감동을 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00명을 구하러 사지로 뛰어드는 전사, 친구 한 명을 구하려 지상으로 오르는 아이들, 끝나지 않는 삶을 끝내 줄 이를 기다리는 불멸자, 시대를 달리한 세 개의 세계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한 가지 물음을 품고 무대로 건너오고 있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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