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 “소방관 이야기, 사전 협의 통해 제공돼”
유족 “희생 기린다면서, 자극적으로 소비” 분통
▲ 디즈니플러스 ‘운명전쟁49’
순직 소방관을 자극적인 예능 소재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디즈니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운명전쟁49’ 측이 “유족과 협의해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18일 방송가에 따르면 프로그램 측은 이날 “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당사자 본인 또는 가족 등 그 대표자와의 사전 협의와 설명을 바탕으로, 이해와 동의 하에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이라는 기획 의도와 구성에 대해 안내했으며, 관련 정보 제공 및 초상 사용에 대한 동의도 함께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무속인 서바이벌’을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2회 방송분에서 2001년 발생한 ‘홍제동 방화사건’으로 순직한 고(故) 김철홍 소방교의 사주를 소재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무속인들에게 고인의 사진과 생시, 사망 시점만 제공했으며, 무속인들은 “불과 관련된 사주”, “붕괴나 압사 느낌이 있다” 등 고인의 사인을 추리했다. 이어 실제 사인이 공개되며 무속인들의 ‘촉’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자신이 고인의 유족이라고 밝힌 A씨가 “유족이 방송에 동의했지만 저런 내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작진이 영웅이나 열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라고 설명해 유족이 동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고인의 누나에게 확인해 봤는데, 동의는 받았지만 저런 무당 내용은 아니었다고 한다. 당황스러워하신다”고 밝혔다.
‘홍제동 방화사건’ 순직한 김철홍 소방교
유족 “연예인들 신기해하며 웃어”A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지만, 이후 재차 글을 올려 “제작진은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취지로 방송을 제작했다고 하는데, 어딜 봐서 그게 공익의 목적성을 가진 방송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영화 ‘소방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그는 “무속인들이 저희 삼촌이 어떻게 죽었는지 맞히고 방송인들은 자극적인 말과 반응을 하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났다”며 “내 가족이 사고로 순직하셨는데 그런 식으로 방송하면 화가 안 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작가와 유족이 통화한 녹취를 들었다며 “(작가가) 무속인이 나온다고 했고 사주를 통해 의인이 어떤 사람인지 보고 숭고한 희생을 기린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에 나온 내용을 보니 고인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맞히고 있고 출연진은 신기해하며 웃고 있더라. 이게 어딜 봐서 삼촌의 희생을 기리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족은 돌아가신 삼촌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데 너무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고인은 2001년 3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다가구 주택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 6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소방관들은 화재가 발생한 주택 안에 구조 대상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진입했으나, 주택이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지는 참사로 이어졌다. 이후 소방관들이 구조하려 했던 사람이 주택에 불을 지른 방화범으로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홍제동 방화 사건은 소방관들의 열악한 처우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2024)이 해당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김소라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