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하연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을 흑백 보정한 이미지.
▲ 신춘문예 1968년 수상작 희곡 정하연. 서울신문DB
‘장녹수’ ‘왕과 비’ ‘명성황후’ 등 한국 정통 대하사극의 전성기를 이끈 정하연 작가(본명 정연·82)가 지난 1일 별세했다.
2일 한국방송작가협회와 유족 등에 따르면 고인은 지병으로 지난달 31일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1일 오후 3시쯤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1944년 황해도 안악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학교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했으며, 19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산울림’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1970년대에는 배우 신성일이 출연한 영화 ‘어느 사랑의 이야기’(1971), ‘목마와 숙녀’(1976), ‘영광의 9회말’(1977) 등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이후 ‘전설의 고향’과 ‘TV 문학관’ 등을 거쳐 방송 작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고인은 1990년대부터 한국 대하사극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장녹수’(1995), ‘조광조’(1996), ‘왕과 비’(1998), ‘명성황후’(2001), ‘신돈’(2005), ‘인수대비’(2011) 등을 집필하며 역사 속 인물들의 권력과 욕망,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장녹수’와 ‘명성황후’ 등에서는 궁중 권력의 중심에 선 여성들의 삶을 조명했고, ‘조광조’와 ‘신돈’에서는 개혁을 꿈꿨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힌 인물들의 이상과 좌절을 다뤘다.
고인은 2005년 ‘신돈’ 방영 당시 인터뷰에서 “사건이 아니라 사상을 다루고 싶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극에서도 활약했다. ‘춤추는 가얏고’(1990), ‘모래 위의 욕망’(1992), ‘욕망의 바다’(1997), ‘달콤한 인생’(2008), ‘욕망의 불꽃’(2010) 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가족 간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1999년 ‘왕과 비’로 KBS 연기대상 작가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가상을 수상했다. 마지막 드라마 작품은 2018년 MBC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요동씨와 딸 정요숙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4일이다.
김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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