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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불암 별세…‘국민 아버지’ 하늘로

입력: ‘26-10-30 00:28 / 수정: ‘26-10-30 01:30

드라마·연극·영화 아우른 67년 연기인생
‘수사반장’·‘전원일기’으로 국민적 인기
서민적이고 소탈한 ‘한국의 아버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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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 8일 방송된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 제주도를 찾아간 최불암. 유튜브 채널 ‘한국맛집K’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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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입원 치료 중인 배우 최불암을 찾아 쾌유를 기원했다. 최휘영 장관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의 아버지상을 대표해 ‘국민 아버지’로 불린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별세했다. 향년 87세.

30일 방송계에 따르면 최불암은 29일 밤 10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그는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2011년부터 14년간 진행한 KBS 1TV 시사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했다. 이후 재활에 힘써왔으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39년생(호적상 1940년생)인 최불암은 인천 제물포구(당시 동구)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대·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연출가를 꿈꿨던 그는 1959년 극단 ‘실험극회’에서 연극 ‘햄릿’으로 데뷔해 1965년 국립극단 단원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TV 드라마로 진출한 것은 1967년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로 뽑혀 20대에 드라마 ‘수양대군’에서 노년의 김종서 역할로 출연하면서다.

이후 그는 한국형 수사물의 시초격으로 18년간 방송된 MBC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의 박영한 반장, 22년간 방영된 국내 최장수 드라마 MBC ‘전원일기’(1980∼2002)의 양촌리 김 회장, MBC ‘그대 그리고 나’(1997~1998)의 캡틴 박 등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며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불암은 연기 인생 67년간 드라마와 영화, 연극 무대를 아우르며 활약했다. 젊은 시절부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라면 조연이든 노역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는 배우 활동 초반부터 주로 노역을 맡았다. 서른 살에 MBC 개국 드라마 ‘역풍’(1969)에서 노인 역을 소화했고, 40대부터 ‘제1공화국’(1981∼1982)과 ‘제2공화국’(1989∼1990)에서 80대의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다. ‘여명의 눈동자’(1991∼1992), ‘미망’(1996∼1997), ‘영웅시대’(2004∼2005), ‘궁’(2006), ‘식객’(2008) 등 인기 드라마에서도 존재감이 돋보였다.

스크린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힌 그는 ‘빛과 그림자’(1967)를 비롯해 ‘여마적’(1968), ‘만종’(1970), ‘파계’(1974), ‘영자의 전성시대’(1975), ‘왕십리’(1976), ‘진짜진짜 좋아해’(1978), ‘바람불어 좋은날’(1980),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까불지마’(2004), ‘잠복근무’(2005)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2018년 4월엔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에 출연하며 25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올랐다. 같은 해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와 ‘수사반장’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다룬 속편)인 MBC ‘수사반장 1958’(2024)에 연이어 특별 출연하며 ‘영원한 수사반장’의 건재함도 보여줬다.

올해 5월에는 고인의 60여년 연기 인생을 담은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2부에 걸쳐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당초 최불암도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재활치료에 전념하고 싶다는 가족의 요청으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최불암은 잠시 방송계를 떠나 정계에 발을 들이기도 했다. 그는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당시 전국구의원)로 제14대(1992∼1996) 국회의원을 지냈다.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신한국당 후보로 서울 영등포구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낙선하자 1996년 ‘전원일기’를 통해 다시 본업인 연기에 복귀했다.

김혜자와 수십년 부부 연기 콤비
90년대 ‘최불암 시리즈’ 큰 인기
‘한국인의 밥상’ 등 출연만 하면 장수
정주영 권유로 정계 진출, 14대 국회의원
그의 배우 인생 콤비는 단연 김혜자였다. 김혜자와는 ‘개구리 남편’(1969∼1970)을 시작으로 ‘궁’(2006)까지 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특히 ‘전원일기’에서 22년간 진짜 부부 같은 연기를 보여줘 실제 부부로 착각하는 시청자도 많았다.

최불암은 배우뿐만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오래 활약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시사 고발 프로그램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인의 밥상’을 이끌었다.

장수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시청자와 만나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가 강했다. 특히 고개를 젖히고 ‘파하~’ 하고 웃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가 되며 세대를 아울러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1990년대에는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단편 유머집인 ‘최불암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배우와 방송인이 그의 웃음소리를 성대모사 했다.

인간적인 매력을 바탕으로 방송계뿐만 아니라 정계, 문화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의 인연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최불암이 정치에 잠시 발을 들인 것도 정 명예회장의 권유 때문으로, 그가 창당한 통일국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또한 ‘야망의 25시’(1983)에서 청년 정주영을, ‘영웅시대’에서 정 명예회장의 젊은 시절을 모델로 한 천태산을 연기했다.

배우 김민자와 4년간의 교제 끝에 1970년 결혼해 평생 아내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유명했다.

최불암은 KBS 드라마 ‘정동마님’에 출연하던 김민자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이를 계기로 KBS로 이적해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연극 ‘환절기’(1968) 등을 함께하며 사랑을 키웠고 부부가 돼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그는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생전 수많은 상과 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74·1978)·연극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69·1971),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1978)·남우주연상(1979), 국민훈장 목련장(1998), 은관문화훈장(2014) 등을 받았다.

‘수사반장’으로 경찰의 이미지를 제고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2년 처음 명예 경찰에 위촉됐고, 2024년 민간인 중 처음으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이 됐다.

또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 출연하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지내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사회 공헌 활동에도 힘썼다.

유족으로는 배우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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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탤런트 최불암. 서울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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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불암이 다큐멘터리로 근황을 알린다. MBC 제공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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