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케이드서울 제공)
168명의 필자가 쓴 200여 편의 전시 서문을 한자리에 모은 아케이드서울의 ‘서문들’이 관객을 맞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전시를 위해 쓰인 ‘서문’을 원래의 작품과 공간에서 떼어내 다시 읽어보는 프로젝트다. 오는 9월 2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아케이드서울에서 이어진다.
‘서문들’은 2년 전 구상을 시작해 오픈콜과 개별 리서치를 거쳐 모은 글들을 한 공간에 펼쳐놓는다. 특정 경향을 대표하거나 ‘좋은 서문’을 가려내기보다, 서로 다른 시기와 장소와 조건에서 쓰인 글들이 지금 한자리에서 다시 만나는 데 초점을 뒀다. 전시장에는 작품 이미지나 당시의 전시 전경을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각각의 서문과 그 글이 떠나온 전시의 기본 정보만을 나란히 배치했다.
전시 서문은 대개 작품보다 먼저, 혹은 작품 곁에서 관객을 만난다.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며 전시를 읽어나갈 방향을 제안한다. 전시가 끝나 작품이 철거되고 공간이 사라진 뒤에도 서문은 인쇄물이나 온라인 기록으로 남는다. ‘서문들’은 이렇게 남은 글을 다른 시간, 다른 공간, 다른 독자 앞에 놓았을 때 무엇이 달라지는지 묻는다.
200여 편의 서문은 연대순이나 전시별로 늘어서 있지 않다. 글 안에서 필자의 말하기가 드러나는 방식을 따라 ‘잠복’, ‘잠복과 출몰 사이’, ‘출몰’이라는 세 가지 임시 범주를 제안한다. 각 범주는 서로 다른 질감의 종이로 구분돼 시각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감지된다. 서문을 평가하거나 유형화하려는 기준이 아니라, 필자의 말하기가 어떤 거리와 압력으로 나타나는지 다시 읽어보기 위한 장치다.
개막 이후 참여 필자와 작가, 기획자 등 미술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이 썼거나 관계했던 전시의 서문을 다른 글들과 나란히 다시 읽는 경험도 전시의 일부가 된다. 기획팀이 정한 분류 역시 고정된 답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자신의 서문이 어느 범주에 가까운지 다시 가늠하거나 기존 분류에 다른 의견을 덧붙일 수 있는 참여 장치를 마련해, 하나의 서문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읽기가 전시장 안에 쌓여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문이 무엇을 말하고 있었는가보다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에 주목한다. 전시를 설명하고, 작가를 호명하고, 의미를 조직하며 관객의 읽기를 이끄는 글의 작동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동시에 작품이 사라진 뒤에도 남은 문장이 원래의 맥락을 완전히 떠나지 않은 채 다른 독자에게 다시 도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전시를 기획한 윤여울 담당자는 “서문에 대한 결론을 내리거나 최근 전시 서문의 경향을 정리하기보다, 그동안 작품 곁에서 읽히던 글을 잠시 전면에 놓고 다시 읽어볼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 전시를 본 이후 다른 전시장에서 서문을 만났을 때 그 글을 읽는 방식이 조금 달라진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문들’은 9월 23일까지 아케이드서울에서 열린다. 관람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양승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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