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공원, 농구하는 소녀(천선란 지음, 이주향 그림, 달)나는 산책할 때 음악을 듣지 않고 바람에 부대끼는 풀 소리, 새소리, 물소리, 날벌레의 날갯짓소리를 듣는다. 그게 음악보다 더 신나서는 아니다. 그 소리를 가만 듣고 있으면 그 틈에 끼어 은은히 들려오는 내 안의 목소리를, 이제는 무시하지 않기 때문이다.소설가 천선란의 첫 여행 그림책으로 이주향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우연히 흘러가듯 도착한 독일 뮌헨에서의 한 달. ‘소설가’와 ‘딸’이라는 두 개의 가면을 벗고 ‘그냥 사람’으로서 나 자신과 처음으로 오래 마주하는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딱딱한 독일 빵과 수많은 정원을 마주하며 자신의 민낯을 마주할, ‘자기만의 공원’이 필요한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116쪽, 1만 8000원.
조각 공원(전욱진 지음, 현대문학)저만치 걷던 내가/ 언제나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당신이 나 없이/ 살지 않게 하려고(‘조각 공원’ 중)시인 전욱진의 세 번째 시집. 사랑과 상실 그 이후의 흔적을 정제된 서정의 언어로 보여준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끝에 다다른 마음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린다. ‘조각 공원’ 속 화자들은 끊임없이 과거의 한때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반드시 누군가가 서 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기에 ‘우리’는 어느새 ‘너’와 ‘나’로 분리되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다. 그 슬픔에 머무르지는 않으려고 애쓴다. 절망에 잠식돼 있는 것은 자신을 낭비하는 일이니까. 사랑은 끝났어도 마음은 끝나지 않는다. 고통에 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자 한다. 164쪽, 1만 2000원.
지구식 표현으로 말하자면(김성진 지음, 이인아 그림, 문학동네)개구리가 폴짝,/ 높이 뛰더라도/ 날아가지 않게/ 꽉 잡아 주기// 태양의 굴곡을 따라/ 딸깍. 딸깍/ 밤낮 바꿔 주기/ 혼자만 똑/ 떨어져 노는/ 별들이 없게/ 둥글게 돌며/ 함께하기(‘중력의 임무’ 중)벌레가 파먹은 과일 구멍은 우주가 들어가는 웜홀이 되고, 학교 친구의 검은 눈동자는 나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 천문학적 소재를 SF적 상상력과 지구의 현실을 오가며 다정하게 풀어낸 동시를 모았다. 우주적 상상은 학원과 숙제로 지친 어린이를 달래고, ‘(:ㅇ))))’처럼 특수문자를 결합해 귀여움을 더한다. 다채로운 일러스트로 펼쳐낸 세계는 어린이들에게 온 우주가 곁에서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든든한 위로를 건넨다. 120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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