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372쪽/ 2만 4800원
‘총·균·쇠’ 다이아몬드 7년 만의 신작
“히틀러 죽었다면 역사 바뀌었을까”
질병·암살·경질 등 돌발 변수 분석
‘적절한 장소·시기’의 과학적 탐구
대부분의 지도자는 대체 가능해
셰익스피어·카마 등 극소수만 불가
▲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
AP 연합뉴스
1930년 3월 13일, 아돌프 히틀러가 탄 자동차를 향해 거대한 트레일러트럭이 돌진했다. 트럭은 자동차 탑승자들을 덮치기 직전 멈춰 섰고 관련자 모두 살아남았다. 그로부터 3년 뒤, 히틀러는 독일 총리에 오른다. 만약 그날 히틀러가 죽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까.
‘총·균·쇠’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89) 미국 UCLA 명예교수가 7년 만의 신작을 선보인다. ‘총·균·쇠’에서 환경과 지리가 만든 문명의 격차를, ‘문명의 붕괴’에서는 문명이 생존과 멸망을 가른 집단적 선택을 탐구했던 그가 이번에는 개인(지도자)에 집중한다. 과연 역사를 바꾼 것은 한 사람의 영웅일까, 아니면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났을 변화일까.
이 책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종교 창시자, 스포츠팀 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십을 해부한다. 리더십을 분석하는 핵심 틀로 생애를 기록한 ‘전기’(傳記)와 사회과학적 연구 방법론인 ‘자연실험’을 제시한다.
그는 전기가 지닌 주관적 해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햄릿 테스트’를 고안한다. 가령 셰익스피어가 일찍 죽었다면 당대 누가 그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위대한 희곡을 쓸 수 있었는지 묻는 식이다. 당대 극작가들의 작품과 ‘햄릿’을 비교한 결과, 셰익스피어는 대체 불가능한 인물로 판명된다.
▲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고안한 ‘햄릿 테스트’를 통과한 극소수의 지도자 중 한 명으로 대체 불가능한 리더로 꼽힌다.
김영사 제공
이 엄격한 햄릿 테스트를 통과한 지도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가 대표적이다. 그는 국가 전체를 통틀어 22명뿐이던 대졸자 중 한 명이었으며 보츠와나 최대 부족의 세습 족장이었다. 게다가 취임 직후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하는 행운을 맞는다. 놀라운 점은 그가 광물 수익을 자신의 부족이 아닌 국가에 귀속시키는 결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장소’에 있었던 ‘적절한 인물’이라는 행운을 누렸고 무엇보다 그 행운을 유능하게 활용했다. 덕분에 보츠와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 저자는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이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결과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다른 분석 틀인 자연실험은 질병과 암살, 갑작스러운 사망, 경질처럼 예기치 않은 변수가 발생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를 비교해 지도자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방식이다. 자연실험은 추가적인 통계 기법으로 보완된다. 그 결과는 대다수 지도자는 대체 가능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다만 저자는 개개인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재량권’과 ‘시기’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떤 리더는 적절한 시기를 의식적으로 선택해 이득을 보았고(샤를 드골, 빌 게이츠, 제프 베이조스), 어떤 리더는 적절한 시기가 자신에게 찾아왔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1940년 5월의 윈스턴 처칠), 어떤 리더는 적절한 시기가 되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운 좋게 그런 시기가 찾아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칭기즈칸, 마크 저커버그).”
저자는 영웅사관을 경계한다. 저자의 치밀한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리더인가’가 아니라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라는 것이라는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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