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합시다/김사사 지음/문학동네/228쪽/1만 7000원
사육하는 토끼를 두고 달리 부를 말이 없다며 “개새끼들”이라고 하는 토끼탕집 주인 택기, 무대에서 춤을 추다 넘어진 뒤 쓰러지거나 화살 맞는 장면을 특기로 삼게 된 마임 배우 페도라, 상냥해 보이지만 어딘가 위협적인, 하얀색 옷을 입고 칼을 파는 수양.
어딘가 반 뼘쯤 비켜난 인물들이 우연히 야트막한 명산 언저리 간이휴게소에 모였다. 엉뚱한 이들처럼 명산에서 엇박자 체조를 하던 사람들이 페도라의 ‘화살 맞는’ 동작에 이끌려 사뭇 진지하게 호흡을 맞춰 체조를 한다.(‘체조합시다’)
‘체조합시다’는 김사사 작가가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을 표제 삼아 펴낸 첫 소설집이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그가 펼친 서사적 장악력과 인물들의 관계망을 높이 사면서도, 주제가 “모호하다”는 지적과 “기성작가들의 면면이 엿보이는 기시감”을 함께 언급했다. 그럼에도 “이 작가가 가진 모종의 확신”과 “다음 작품이 보여 줄 가능성”에 동의하며 과감히 그의 손을 들어줬다.
흠으로 꼽혔던 모호함은 도리어 작가의 문법이 됐다. 바닷가에서 처음 본 두 젊은이는 한 지붕을 나눠 쓰고(‘모’), 풀이 제멋대로 자란 정원이 한철 동안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정원사’). 인물들은 서로의 내력을 캐묻지 않고, 왜 함께인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물을 떠올리게 하고 상황을 그려 보도록 유도하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인물들이 막다른 길에서 고르는 것은 해법이 아니라 딴짓이다. 트램펄린 위로 몸을 띄우고(‘체조합시다’) 막막한 기분이 들 때마다 하늘자전거를 타거나(‘정원사’) 퇴근길 저수지에서 오리배 페달을 밟는다(‘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어쩐지 하찮아 보이는 몸짓이 이들을 하루 더 버티게 한다. “단순한 게 최고다. 우리를 봐라, 얼마나 좋으냐”(‘균형잡기’ 중)라는 너스레가 허세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모가 촬영한 장면들을 떠올려 보면 하나같이 일상적이어서 오히려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조각난 일과들이 무얼 만들 수 있지”(‘모’ 중)라는 말은 작가가 만든 문법의 역설로 읽힌다. “여러 막대가 있어야 하고 여러 사람이 있어야 하는”(‘싱크로나이즈드 클럽’ 중) 테트리스처럼, 생김새도 크기도 제각각인 조각 같은 사람들이 한 줄을 채우고 흩어진다. 그 자리엔 일상을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시선이 남는다. 쟁쟁한 심사위원들이 믿은 “모종의 확신”이 무엇인지, 김사사는 이 소설집으로 답한 듯하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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