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수리 매뉴얼/메리 로치 지음/김명남 옮김/어크로스 428쪽/2만 3000원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몸을 오래 쓰게 됐다.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부품은 그만큼 오래 버티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은 고장난 부위를 고치고, 고칠 수 없으면 바꿔 끼우는 법을 찾아왔다. 이마 피부로 코를 세우던 고대 수술에서 돼지 장기 이식까지 이어진 이 분투의 결론은 의외로 겸손하다. 몸이 매일 해내는 일이야말로 진짜 기적이라는 것.
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 메리 로치는 피부 이식과 인공관절, 백내장 수술, 3D 바이오프린팅, 조직 기증까지 인체 수리 분야의 폭넓은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 위해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중국 쓰촨성의 돼지 사육시설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병원, 절단자협회 전국 총회, 피츠버그의 조직 기증 기관까지. 그는 현장에서 점잖은 사람이라면 차마 꺼내지 못할 유쾌하고 엉뚱한 질문들을 던진다.
돼지 장기 이식은 첫발부터 거센 거부반응과 싸워야 했다. 돼지 세포 표면의 알파-갈 단백질은 인체 면역계에 ‘적색경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유전자를 손보지 않은 돼지 신장은 사람 몸에 들어가면 몇 분 만에 시커멓게 변한다.
2001년 미국의 한 생명공학 회사가 이 유전자를 없앤 돼지를 처음 내놓았고, 이제 중국과 미국 연구자들은 최대 70가지 유전자를 편집한 돼지까지 만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두 환자는 두 달 뒤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다. 2024년 돼지 신장을 받은 두 환자도 약 7주를 사는 데 그쳤다. 아직까진 갈 길이 멀다.
생식기 재건 대목에선 몸의 놀라운 적응력이 드러난다. 특정 용도로 진화한 장기도 엉뚱한 자리에서 제 몫을 해낸다. 결장은 방광과 식도를 대신하고 여성의 생식기를 재건하는 데도 쓰인다. 중지 손가락은 남성의 생식기를 ‘꽤나 효과적’으로 재건하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고 소개한다.
뒤틀린 발을 잘라내기로 한 한 여성의 사례는 원래의 몸을 지키는 것이 언제나 정답인지 묻는다. 평생 뒤틀린 발과 감염에 시달린 그는 스스로 절단을 요청했지만, 수술해줄 의사를 찾는 데만 수십 년이 걸렸다. “사람들은 고관절이 닳으면 교체하죠. 이게 그것과 그렇게 다를까요?” 실제로 무릎 아래를 절단한 환자가 다리를 보존한 환자보다 건강과 기능이 낫고 통증도 적다는 연구가 거듭 나왔다고 책은 덧붙인다.
조직 기증 현장은 ‘인체 수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조직 기증에 동의한 사람의 96%는 병력 등의 이유로 탈락한다. “예일대학교도 이보다는 합격률이 높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농담이다. 그가 밤새 지켜본 채취 현장도 엽기 스릴러보다는 택배회사에 가까웠다. 채취만큼 많은 시간이 라벨 작업과 포장, 배송에 들어서다. 그렇게 한 사람이 남긴 조직은 최대 75명을 돕는다.
웃으며 책을 읽다가도 책장을 덮을 즈음엔 저자의 결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몸이 해내는 일을 똑같이 해내기란 정말, 정말 어렵다.”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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