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
국가유산청 제공
현존하는 불감(불상이나 불화를 모시기 위해 작게 만든 집)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이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도난 당했다가 2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용연사명 영산회상도’ 등 9건은 보물이 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을 국보로, ‘용연사명 영산회상도’ 등 9건은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구례 천은사 금동불감은 앞서 2008년 보물로 지정된 바 있다. 사찰의 법당을 축소해 만든 전각 형태의 금동 공예품이다. 사각 기단 위에 우진각 지붕(건물의 앞뒤와 양쪽 측면까지 지붕면이 경사지게 내려오는 형태의 지붕)을 얹은 형태로, 앞면에는 문을 달았다. 문 바깥에는 구름무늬 등을 새겼으며 안쪽에는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역사상 문양을 타출(打出·금속판의 안쪽이나 바깥쪽에서 두드려 문양을 입체감 있게 표현하는 방식) 기법으로 표현했다.
불감 내부에는 별도로 제작된 금동불상을 모실 수 있도록 했는데 현재 2구가 남아 있으나 불감 밑면에 5개의 고정 구멍이 있는 것으로 보아 원래는 5구의 불상을 모셨던 것으로 추정된다. 뒷면에는 명문이 있어 불상을 제작한 신승, 불감을 제작한 김치 등 장인의 이름과 박씨 부부를 비롯한 시주자를 확인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고려 후기 전각형 금동불감의 형식과 제작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명문을 통해 당시 불교 공예품의 제작과 발원 체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 ‘용연사명 영산회상도’.
국가유산청 제공
국가유산청은 이날 또 9건의 유산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 중 ‘용연사명 영산회상도’는 1731년 제작된 불화로, 1998년 도난됐다가 27년 만인 지난해 일본에서 환수됐다.
그림에 적힌 기록을 통해 제작 시기와 제작자인 화승 설잠(雪岑), 용연사라는 원래 봉안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비단 바탕에 채색으로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국가유산청은 “18세기 전반 화승 집단의 협업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의성 고운사 아미타여래설법도’는 1701년 제작된 불화로, 화승 혜명(惠明)의 화풍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의성 고운사 천수관음보살도’는 42개의 손을 가진 관음보살을 그린 작품으로, 조선 후기 경상북도에서 활동한 화승 신겸(信謙)의 독창적인 도상과 화풍이 돋보인다.
‘영광 연흥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및 복장유물’은 1667년 조각승 희장(熙藏) 등이 제작한 불상으로, 17세기 불교 조각의 양식 변화를 보여준다. ‘안성 칠장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은 1685년 제작된 불상으로, 석가여래와 미륵보살, 제화갈라보살을 함께 배치한 독특한 구성이 특징이다. ‘나주 영천사 목조지장보살좌상’은 16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으로, 조선 전기 보살상의 조형적 특징을 보여준다.
이 밖에 16세기 한어(漢語) 학습 교재로 최세진이 번역한 금속활자본 ‘박통사’, 퇴계 이황을 기리기 위해 세운 도산서원에 보관됐던 금속활자본 등 ‘도산서원 전적’, 조선 전기 건축물의 지붕 장식에 사용된 ‘태안 양잠리 출토 취두 및 검파’도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국가유산청은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 의견을 수렴·검토한 뒤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와 보물 지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윤수경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