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9개월 만에 단독 내한… 3600명과 호흡
태극기 펼치고 객석으로 뛰어들며 팬서비스
▲ 벤슨 분이 지난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에서 열린 월드투어 ‘원티드 맨 투어 인 서울’ 무대에서 손에 태극기를 쥐고 노래하고 있다. Shayden Schoonover 제공
전매특허인 공중제비는 공연의 열기를 돋웠고, 뿜어내는 고음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에서 열린 벤슨 분의 월드투어 ‘원티드 맨 투어 인 서울’ 현장. 지난해 1월 첫 단독 내한공연 이후 1년 9개월 만에 돌아온 그는 약 3600명의 관객 앞에서 100분간 무대를 누볐다.
벤슨 분은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 11억회를 넘긴 메가 히트곡 ‘뷰티풀 싱스’(Beautiful Things)로 한국에도 친숙하다. 2021년 첫 싱글 ‘고스트 타운’으로 데뷔했고, 2024년 발표한 ‘뷰티풀 싱스’로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그해 글로벌 싱글상을 받았다. 잔잔하게 시작해 후렴에서 폭발하는 목소리가 그의 무기다.
반짝이는 검은색 반팔 칼라티를 입고 등장한 그는 ‘쏘리 아임 히어 포 썸원 엘스’(Sorry I’m Here for Someone Else)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미스터 일렉트릭 블루’(Mr Electric Blue)에서는 무대 중앙 피아노로 향해 직접 건반을 두드렸다. 밴드 연주와 피아노가 맞물리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다. ‘데어 쉬 고스’(There She Goes)로 이어지는 동안에는 공중제비로 시선을 붙잡았다.
화려한 몸짓을 받치는 것은 단단한 가창력이었다. 높은 음역을 거듭 오가는 곡들을 부르면서도 음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무대 좌우와 돌출 무대를 오가고, 수차례 공중제비를 도는 와중에도 고음은 선명했다.
▲ 벤슨 분이 지난 2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 10홀에서 열린 월드투어 ‘원티드 맨 투어 인 서울’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다가가 노래하고 있다. Shayden Schoonover 제공
객석을 향해 뛰어내리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관객 가까이 다가가 손을 맞잡고,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손에 하이파이브로 응했다. 휴대전화로 그 순간을 담으려는 팬들 코앞으로 그가 움직일 때마다 함성도 따라 움직였다. 자신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태극기를 펼쳐 들자 객석의 환호가 한층 커졌다.
영어로 이어지는 대화에도 팬들과의 호흡은 자연스러웠다. 한국에 온 지 닷새가 됐다는 그는 “이제쯤 알아야 할 것 같은데, 한국어로 사랑한다고 어떻게 말하죠?”라고 물었다. 그리곤 무대 아래로 내려가 한 관객의 입에 귀를 가까이 대고 듣더니 “사랑해”를 따라 말했다.
노래를 앞두고 관객들과 나눈 장난스런 대화도 공연의 분위기를 올렸다. ‘미스티컬 매지컬’(Mystical Magical)의 전주를 끊고 벤슨 분은 “이 노래 알아요?”라고 묻더니 “증명해 봐요”라며 객석에 노래를 요청했다. 일부 팬들이 따라 부르자 그도 몇 소절을 보탰다. 그러다 “방금 누가 ‘뷰티풀 싱스’를 불렀네요. 이 노래는 잘 모르는 것 같은데요”라고 짓궂게 받아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 양 팔을 뻗어 관객들과 호흡하는 벤슨 분. Shayden Schoonover 제공
폭발적인 고음만으로 객석을 채운 것은 아니었다. ‘인 더 스타스’(In the Stars)를 소개할 때는 분위기가 한층 진지해졌다. 그는 몇 년 전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그리움과 슬픔을 음악으로 풀어냈다고 했다. “찢어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이 곡을 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어떤 언어를 쓰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돈을 얼마나 벌든 이 노래에서는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누구나 살아가면서 소중한 사람이나 장소, 무언가를 잃는 일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노래를 들을 때 제 삶 속의 사람이 아니라 여러분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려 달라”고 청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객석도 차분해졌다. 보컬과 반주 사이의 여백에도 함성이 끼어들지 않았다. 어색한 정적이 아니라 노래의 감정을 함께 따라가는 시간이었다. 자신의 상처에서 출발한 노래는 그렇게 관객 각자의 그리움을 보듬는 위로가 됐다.
‘마이 그레이티스트 피어’(My Greatest Fear)를 앞두고는 객석에 “무서워하는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관객의 대답을 받아 농담을 주고받던 그는 자신의 두려움도 털어놨다. “가장 두려운 건 무대에 나와 아무도 없는 객석 앞에 서는 것”이라며 “세계 반대편까지 와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라며 관객들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 무대 위 철골 구조물을 오르는 벤슨 분의 모습. Shayden Schoonover 제공
마지막 곡 ‘뷰티풀 싱스’에서는 무대와 객석의 열기가 절정에 달했다. 잔잔하게 출발한 노래가 후렴을 향해 달리자 관객들의 환호 소리도 함께 커졌다. 그는 “소중한 행복을 빼앗아 가지 말라”는 노랫말로 끝까지 소리를 높였고 객석에서는 이에 화답하듯 떼창이 터졌다. 앞서 상실의 아픔과 소중한 이를 향한 그리움을 나눈 그와 관객이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가 된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도 열심이었다. 무대 아래로 내려가 펜스 앞 관객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인 요청에 응했다. 이어 무대 철골 구조물을 타고 10m가량 올라가 태극기를 펼쳐 들기도 했다. 무대 중앙으로 돌아온 그는 마지막 공중제비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 무대 위 철골 구조물에 올라 태극기를 펼처보인 벤슨 분의 모습. 김임훈 기자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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