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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맴돌다 온 로돌포·돌고 돌아온 미미… 가슴 적실 다락방 사랑

입력: ‘26-10-22 00:42 / 수정: ‘26-10-22 00:42

오페라 ‘라보엠’ 이원종·박혜상

새달 서울시오페라단서 첫 호흡
이원종 “관객은 희망 사러 오는 것”
박혜상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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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라보엠’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난 연인의 사랑과 이별을 그리며 한 해의 끝에서 삶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2024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 서울시오페라단의 ‘라보엠’ 2막은 프랑스 파리 거리를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연말 분위기를 높였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첫 리허설 날, 4막 ‘모두 갔나요?’의 포옹 장면을 맞춘 테너 이원종(40)은 소프라노 박혜상(38)에게 “미안하다. 내가 너무 욕심이 많다”고 사과했다. 연습 후 그는 이번 ‘라보엠’이 자신에게 너무나 특별해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털어놨다.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혜상은 리허설 이야기를 해주며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도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오는 11월 5~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서울시오페라단 ‘라보엠’에서 6·8일 미미와 로돌포로 호흡을 맞추는 두 사람은 이번에 처음 만났다. 1896년 초연된 자코모 푸치니의 이 오페라는 크리스마스이브 파리 다락방에서 시작된 사랑과 이별을 그린다. 2024년 주연들의 열연과 감각적 연출로 호평받은 프로덕션은 ‘거대한 책’ 콘셉트를 이어 가되 무대와 의상, 조명을 새로 지어 돌아온다. 2막 파리 거리 장면에는 대형 퍼펫(인형)도 새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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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보엠’에서 로돌포 역할을 맡은 테너 이원종(왼쪽)과 미미 역의 소프라노 박혜상(오른쪽).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원종에게 이번 무대는 귀환이다. 2013년 ‘아이다’로 그를 국내 무대에 처음 세운 ‘친정’ 근처에도 가지 못한 6년 가까운 슬럼프를 그는 “딱 로돌포 같았다”고 했다. 입 밖에 내는 순간 “진짜가 돼 버릴 것 같아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다. 지난해 두 아이와 광화문을 지나다 용기를 내 오페라단 지인에게 전화했고, 반기는 목소리를 들으며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박혜상에게는 첫 미미다. 1963년 라 스칼라 무대에서 미미를 연기하며 지휘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울린 미렐라 프레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평을 들은 그였다. “미국 무대에서 가벼운 레퍼토리만 쌓은 것 같다”는 그는 “돌고 돌아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고 했다.

1막에서는 두 주역의 아리아가 잇따라 흐른다. 이원종은 로돌포의 ‘그대의 찬 손’을 “허세가 잔뜩 들어간, 약간 ‘작업’하는 아리아”로, 박혜상은 ‘내 이름은 미미’ 속 미미를 “꿈에 젖어 현실 감각을 잊어버린 상태”로 풀었다. 엄숙정 연출이 “오페라는 음악이 8할”이라고 할 만큼 이번 무대는 음악의 호흡을 앞세운다. 박혜상도 “연기를 하려고 하면 가짜가 되고, 음악에 푹 젖어 들어가면 진짜가 된다”고 했다.

박혜상에게 로돌포는 미미가 죽을 거라는 걸 알기에 “결국은 미미를 놓아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이원종이 보기에 그런 로돌포는 ‘나쁜 남자’와 “종이 한 장 차이”인 ‘약한 남자’다.

막마다 감정의 결도 다르다. 이원종은 “2막을 제일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며 “화려하고 행복하고 따뜻해야만 3막이 더 애절해진다”고 했다. 박혜상은 숨어서 로돌포의 고백을 엿들은 미미가 스스로 이별을 택하는 3막 대목을 마음이 무너지는 장면으로 꼽았다. 보통 로돌포가 택한 이별로 보지만 그는 “미미의 결정”이라고 짚었다. 이원종은 “4막에서 미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눈물을 흘릴 것 같다”고 털어놨다.

3000석 대극장이지만 무대를 좁혀 “다락방을 정말 다락방으로” 만든 덕에 “옹기종기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이원종의 말이다.

“관객은 돈을 내고 그 희망을 사러 오는 것”이라는 이원종과, 미미가 “계속 내게 돌아와 나를 점검할 수 있는 역할”이 되길 바라는 박혜상. 긴 터널을 지나온 테너와 돌고 돌아 미미에 닿은 소프라노가 밝힐 다락방의 촛불은 6·8일 켜진다. 5·7일에는 2024년의 미미 황수미(40)와 테너 김건우(41)가 무대에 서고, 김광현이 지휘하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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