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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던 기억과 정상성, 예술의 돌직구로 ‘균열’

입력: ‘26-10-29 00:06 / 수정: ‘26-10-29 00:06

아트선재센터 고이즈미·최하늘展
日전쟁 참상 환기… 기술 미래 그려
의식 통제 벗어난 신체 구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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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이즈미 메이로 ‘불을 가져오는 프로메테우스’.


몸의 ‘기억’과 ‘정상성’에 균열을 내는 두 전시가 나란히 찾아왔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는 일본 작가 고이즈미 메이로와 한국 작가 최하늘의 개인전을 각각 선보인다.

먼저 스페이스2에서 열리는 고이즈미의 한국 첫 미술관 개인전인 ‘불, 어느 아카이브’는 신체와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역사적 기억을 탐구한다. 3채널 비디오 작품 ‘증언의 천사들’ 중 두 화면에서는 젊은 연기자들이 과거 참전 군인의 증언을 담담히 낭독한다. “정말이지 젓가락으로 두부를 찌를 때처럼 아주 쉽게 쑥 들어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인간의 몸을 총검으로 찌르면 아주 부드럽게 푹 들어가는구나, 단지 그런 감각밖에 없었습니다.”

두 화면 사이에 놓인 모니터에서는 해당 증언의 당사자인 곤도 하지메(1920~2021)의 인터뷰가 재생된다. 촬영 당시 99세였던 곤도는 과거 본인이 증언했던 폭력 행위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말 또한 좀처럼 알아듣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희미한 몸짓은 과거의 참상을 환기한다.

작가는 과거의 역사가 집단적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지는 ‘사회적 망각’에 주목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고이즈미는 “과거의 잔인함을 알지 못하면 사죄할 수도, 용서받을 수도 없다”며 “가장 잔인했던 부분을 기억하고 역사를 직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상현실(VR) 기기를 착용하고 감상하는 ‘불을 가져오는 프로메테우스’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나비의 색채 지각 세포가 인간의 망막에 이식된 상황을 묘사한다. 이를 통해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그림자, 바람, 빛을 감각하게 된다. 27분간 이어지는 작품은과학기술이 환경뿐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감각, 나아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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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하늘 ‘죽는중’


스페이스1에서 열리는 최하늘 작가의 전시 ‘이갈이’는 수면 중의 이갈이나 몽유병 환자의 움직임, 근육 경련처럼 의식의 통제를 벗어난 신체에 주목한다. 공간을 채우는 비규칙적인 기계의 소음과 조각의 충돌음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죽는 중’, ‘떨어지는 꿈’, ‘학대’, ‘흉상’ 등 네 개의 조각 연작은 분절된 몸을 통해 의지를 벗어난, 예측할 수 없는 신체를 구현한다.

최하늘은 “몸에 대해 다루는 전시지만, 통제할 수 없는 몸, 몸처럼 보이지만 몸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경계의 것들, 정상적이지 않은 움직임을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두 전시 모두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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