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 서울신문 페이스북
  • 서울신문 유튜브
  • 서울컬처 인스타그램
  • 서울신문 트위터
서울컬처 홈 서울컬처 홈 서울컬처 홈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네이버블로그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초현실 온라인 괴담… 문학이 되다

입력: ‘26-10-28 04:13 / 수정: ‘26-10-28 04:13

SCP, 괴생명체 전담 가상의 기관
전 세계 네티즌 참여 ‘집단 창작물’
각국 언어로 새로운 괴담 만들어

인터넷 넘어 주류 출판시장 진출
‘항밈학과 같은 건…’ 국내서 출간
美할리우드에선 영화화 관심도

확대보기
▲ 각종 괴생명체를 관리하는 가상의 비밀 집단 ‘SCP 재단’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SCP 재단은 ‘SCP-173’(사진), ‘SCP-055’ 등 다양한 괴생명체와 초자연적 현상들을 격리·보호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항목 SCP-173은 항상 잠긴 격리실 내에 두어야 한다. 인원이 반드시 SCP-173의 컨테이너로 들어가야 할 때는 언제라도 최소한 3명이 들어가야 하고, 문은 그 뒤에서 다시 잠가야 한다. 모든 인원이 떠나고 격리실을 다시 잠글 때까지 두 명의 인원이 항상 직접 SCP-173과 시선을 마주치고 있어야 한다.”(SCP 재단 위키, 일련번호 SCP-173 항목 발췌)

‘확보(Secure), 격리(Contain), 보호(Protect).’ 각종 괴생명체를 포획하고 비밀리에 관리하는 가상의 단체 ‘SCP 재단’의 모토다. 격리 대상인 기이한 존재(크리처)들의 면면도 다채롭고 보고서 형식의 설명도 치밀하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집단 창작의 산물이다. 2007년 출범한 이래 전 세계 네티즌이 참여하는 글로벌 집단창작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인터넷 서브컬처를 넘어 주류 문학·출판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최근 황금가지에서 출간된 소설 ‘항밈학과 같은 건 없습니다’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의 작가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샘 휴즈가 필명 ‘퀀텀’(QNTM)으로 출간했다. 괴생명체를 발견하고 격리하는 비밀 기관이 암약한다는 SCP 재단의 세계관을 그대로 차용했다. ‘스스로를 검열하는 가상의 개념’인 ‘항밈’이라는 발상을 2015년 연작소설로 발전시켰고, 개작을 거쳐 2025년 정식 출간했다. 작품은 올해 세계적 권위의 SF 문학상인 아서 C. 클라크상 최종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괴담에 뿌리를 둔 집단 창작물이 기성 문단에서 당당히 문학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확대보기
▲ 각종 괴생명체를 관리하는 가상의 비밀 집단 ‘SCP 재단’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SCP 재단은 ‘SCP-173’, ‘SCP-055’(사진) 등 다양한 괴생명체와 초자연적 현상들을 격리·보호하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SCP-173’은 SCP 재단의 시작을 알린 괴생명체다. 2007년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한 익명 이용자가 정체불명의 조각상 사진과 함께 일련번호(SCP-173)와 등급, 격리 절차 등을 언급한 기밀보고서 형식의 글을 올린 것이 시초였다. 이 글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유사한 설정의 괴담들이 꼬리를 물었다. 이를 하나의 거대한 가상 세계관으로 체계화한 것이 바로 SCP 재단이다.

열풍은 전 세계로 번졌다.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를 비롯한 거의 모든 언어권에 SCP 지부가 설치됐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언어로 새로운 SCP 관련 괴담이 만들어지고 있다. SCP 재단 세계관을 활용한 2차, 3차 창작도 활발하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물론, 단행본 시장에서도 라이트노벨과 어린이 학습용 만화 등으로 잇따라 출간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SCP 재단의 설정은 원작자만 밝히면 누구나 기존 설정을 자유롭게 활용해 새로운 2차 창작물을 제작할 수 있다. 작가와 독자의 일방적인 구도를 깨고, 독자 역시 창작자로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문학과 차별성을 지닌다. 최근에는 할리우드 영화사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르문학 평론가인 박인성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SCP 재단이 인기를 끄는 이유를 세 가지로 짚었다. 경험을 ‘박제해야’ 비로소 실재한다고 느끼는 문서화의 욕망, 절차적 매뉴얼이 사람보다 공정하다고 느끼는 관료제를 향한 기묘한 신뢰, 미지의 타자와 안전거리를 둔 채 통제하려는 격리의 욕망이다. 그는 “SCP 재단은 우리 시대의 욕망을 정확히 번역하며 동시에 그것을 허구의 형식으로 승인한다”며 “관리할 수 없는 세계를 관리하려는 욕망과 그것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 그 양가성이 오늘날 이 세계관이 이토록 강하게 읽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지역 문화예술 이야기+
  • ‘덩기덕 쿵덕’…한국민속예술제 평창서 개막
    전국의 민속예술이 한자리에 모이는 한국민속예술제가 강원 평창에서 펼쳐진다. 최장수 민속예술 축제로 1958년부터 매년 시도를 순회하며 열리고 있다.평창군은 민속예술제를 18일부터 20일까지 진부면민체육공원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군과 강원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이번 축제에는 16개 시도와 이북5도를 대표하
  • 메밀꽃 핀 소설 속 그 곳…평창 효석문화제 개막
    강원 평창 효석문화제가 4일부터 13일까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에서 열린다.축제장은 문학과 전통이 어우러진 3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1구역은 문화예술마당으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 속 풍경처럼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과 이효석문학관, 효석 100리길로 이뤄졌다. 해설사와 함께하는 문학 산책과 이효석문학상
  • 운동장·광장·옥상이 극장…무더위 식혀주는 ‘야외 영화제’
    탁 트인 공간에서 영화를 감상하며 한여름 무더위를 식힐 수 있는 야외 영화제가 잇달아 열린다.강원 강릉 정동진독립영화제가 7일부터 10일까지 정동초교 운동장과 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이고, 한 회당 입장객은 정동초교 2000명, 신영 111명이다. 영화제에선 작품 공모에서 선정된 단편 25편과
  • 서울신문 CI
    • 광화문 사옥: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25) , 강남 사옥: 서울시 서초구 양재대로2길 22-16 (우면동 782)|  대표전화 : (02) 2000-9000
    • 인터넷서울신문에 게재된 콘텐츠의 무단 전재/복사/배포 행위는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위반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