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전시
오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 특별전 ‘독대獨對: 안중근이 남긴 여덟 글자’에서 옛 뤼순 감옥 복도를 연출한 공간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어두운 통로를 지나면 조명 아래 여덟 글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이다. 주변을 채운 다른 전시물 없이 글씨 한 점과 마주하는 순간, 관람객은 1910년 뤼순감옥에서 순국을 앞둔 안중근 의사와 독대하듯 그가 남긴 뜻을 헤아리게 된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하얼빈 의거 117주년을 맞아 오는 27일부터 12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독대獨對: 안중근이 남긴 여덟 글자’를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난 8월 언론에 처음 공개한 안 의사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한 점에 집중한다. 여러 유물을 차례로 살피는 대신 어둠과 빛으로 구성한 공간에서 글씨를 오롯이 바라보도록 했다. 관람객과 유묵 사이의 만남을 통해 여덟 글자에 담긴 자주독립의 신념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취지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단죄한 뒤 체포됐다. 이듬해 2월 7일 시작된 재판에서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정당한 전쟁 행위를 수행했다며 만국공법에 따른 전쟁포로 대우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살인죄를 적용해 재판 시작 일주일 만에 사형을 선고했다.
▲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 전시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안 의사는 순국을 앞둔 1910년 3월 뤼순감옥에서 이 유묵을 썼다. 유묵의 글귀는 힘의 논리에 좌우된 국제질서를 비판하고, 동시에 안 의사가 미완으로 남긴 저서 ‘동양평화론’에 담긴 평화 구상을 압축했다. 글씨 왼쪽 아래에는 단지한 왼손 손도장이 선명하다. 뒷면에는 당시 뤼순감옥 초대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가 유묵을 받게 된 경위가 적혀 있어 안 의사의 옥중 활동과 당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유묵은 지난해 11월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의 현지 조사와 환수 절차를 거쳐 국내로 돌아왔다.
전시실 출구에서는 관람객이 평화에 대한 생각을 직접 남길 수 있다. 터치스크린 속 안 의사의 손도장에 손을 맞대고 자신이 꿈꾸는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입력하면 대형 화면에 세로쓰기로 펼쳐진다. 유묵 앞에서 시작한 사색을 오늘의 평화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가는 공간이다.
관람은 무료다. 매월 마지막 월요일은 휴관하며 오전 9시 30분부터 관람할 수 있다. 토요일에는 야간 개장도 운영한다.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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