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동네로 갈게(강성은 외 14명 지음, 열림원)있잖아, 우리는 나중에/ 어떤 동네에 살게 될까?/ 너는 내가 평생 거닐고 싶은/ 나의 새로운 동네/ 얼굴에 새로운 길처럼 주름이 생겨나고/ 맨홀 같은 검버섯이 돋아나/ 모든 것을 느리게 만드는 눈이 우리 머리에 쏟아져도/ 오래 입은 코트를 걸치고 같이 걸어가자/ 맞잡은 손이 서로의 주머니가 되도록(김보나, ‘너희 동네로 갈게’ 중에서)
‘동네’를 주제로 열다섯 명의 시인이 시 두 편과 산문 한 편씩 선보인다. 우리는 모두 여러 동네를 품고 살아간다. 태어난 동네가 있고, 우연히 들른 동네가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동네도 있다. 그래서 동네의 감각은 가지각색이다. 이 감각을 다양한 시인들의 목소리로 엮은 ‘너희 동네로 갈게’는 단조로운 삶에 애정을 불러일으키는 시집이다. 156쪽, 1만 4000원.
나의 매일을 모아 너에게 줄게(다니엘 살미에리 지음, 민지아 옮김, 책읽는곰)젖은 파도가 밀려와 마른 백사장에 철썩 부딪치고, 거친 모래알 틈에 매끄러운 돌멩이가 숨는 곳. 푸석한 나무에 이슬이 촉촉이 맺혀 반짝이는 큰길가에 작은 집이 있어. 작은 집 안 커다란 의자에는 작은 아이가 앉았고, 단단한 그릇에는 말랑한 죽이 담겼지.
세상은 ‘이것’으로만 구성된 곳도 아니고 ‘저것’으로만 구성된 곳도 아니다. ‘이것’과 ‘저것’이 아울러 있는, ‘이것저것’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그림책 작가 다니엘 살미에리는 서로 반대되는 것들을 나란히 차곡차곡 쌓아 가며 우리의 삶이 무엇으로 돼 있는지 조명한다. 크고 작은 것이, 가볍고 무거운 것이, 가깝고 먼 것이, 낡고 새로운 것이 함께 있다. 서로 다른 것이 공존할 수 있기에 이 세상은 아름답다. 48쪽, 1만 6800원.
일일업무 보고서(황시운 지음, 창비)짧지 않은 세월 동안 아버지와 형의 돌봄을 받았던 입장에서 그건 너무 몰염치한 짓이 아닐지, 선뜻 마음이 먹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기로 작정한 부양 의무자들에게 둘러싸인 사각지대에서 천천히 침몰하고 있었다.
장애를 안은 채 읽는 이 없는 보고서를 내는 재택근무자, 제도의 지원 없이 치매 어머니를 돌보는 딸, 아버지의 고독사 후 아버지와 형의 관계를 돌이키는 ‘나’ 등 돌봄과 생존의 무게를 홀로 떠안은 이들의 하루를 기록했다. 각 단편은 돌봄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사회의 빈틈을 예리하게 짚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읽힌다. 보고서를 끝까지 읽는 일은 묵묵히 나날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보내는 경의다. 268쪽, 1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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