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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 미술관을 껴안다

입력: ‘26-10-20 22:29 / 수정: ‘26-10-21 01:10

새달 1일까지 ‘제1회 성북아트위크’ 개최

수화 김환기가 부인 김향안과 이름을 한 자씩 따서 ‘수향산방’이라는 당호를 짓고 살던 곳,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가 간송 전형필, 화가 김기창·변종하, 시인 김광균 등과 교류하며 지내던 동네. 한국 수묵 추상화의 거장 서세옥과 아들 서도호가 지낸 ‘무송재’가 자리한 공간.

근현대 문인과 예술가들의 창작 산실이자 전통적인 문화 거점으로 자리매김해 온 서울 성북구가 다시 한번 예술로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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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만린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최만린·박병욱 2인전 ‘집: 두 조각가를 잇다’의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22곳 참여… 골목마다 예술의 숨결

성북구립미술관은 성북구, 성북문화재단과 함께 2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지역의 역사·문화·예술 공간을 아우르는 ‘제1회 2026 성북아트위크’를 개최한다. 조선 말기 문인 황윤명이 조성한 전통 정원의 원형인 ‘성북동 별서’부터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심우장’, 왕비가 풍요를 기원하며 제사를 올리던 ‘선잠단지’, 그리고 ‘한양도성’까지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성북의 역사문화유산공간과 미술관, 거리, 골목이 ‘집: 이어진 숨결’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인다.

이번 행사에서는 7개의 특별전시, 11개의 성북 역사문화예술공간프로젝트, 성북구 22개 미술 기관에서 펼쳐지는 네트워크 전시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특히 공립 미술관이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직접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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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전시 전경.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서세옥·서도호 부자 첫 동반 전시

이번 행사의 핵심은 서세옥 부자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 전시라 할 수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두 예술가의 교집합인 ‘성북동 한옥’에 주목했다. 전시에서는 서세옥의 ‘인간’ 시리즈와 서도호의 성북동 한옥을 탁본한 신작과 실 드로잉 등을 만날 수 있다. 서세옥의 ‘남향집’은 전통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을 점과 선으로 축약하고 서도호는 그 집 안팎을 손끝으로 일일이 문지르며 탁본한 작품을 통해 유년기부터 쌓아 올린 시간과 마주한다.

전시장을 찾은 서도호는 “제 작품이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나, 두 사람의 관심사가 겹치는 지점과 달라지는 지점을 함께 살펴봐 주길 바란다”며 “아버지의 작품과 함께하는 큰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그 전조격”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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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장에 놓인 이우성 작가의 ‘심우도’.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심우장·성북동 별서도 전시 무대로

정릉동의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에서는 서울대 조소과 선후배인 최만린과 박병욱의 2인전 ‘집: 두 조각가를 잇다’가 열린다. 최만린이 직접 설계해 거주했던 정릉집을 매개로 두 사람의 예술 세계가 교차한다. 전시에서는 최만린이 정릉집에서 작업한 추상 조각 10점과 드로잉, 박병욱이 정릉집에 머물며 빚어낸 구상 조각 15점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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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우장에 놓인 이우성 작가의  ‘노래하는 마음으로’.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한용운의 숨결이 깃든 심우장에서는 이우성 작가의 전시 ‘노래하는 마음으로’가 열린다. 독립을 향한 염원과 문인들의 교류가 깃든 공간에서 음악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또 지난해 화재로 일부 소실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성북동 별서의 송석정은 이번 성북아트위크를 통해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한성필 작가가 가림막 위에 수묵채색화로 재현한 송석정의 모습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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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성북동 별서에 있는 송석정에 한성필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 있다. 성북구립미술관 제공


이 밖에도 고려대박물관에서는 화가 우성 변시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기획전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를, 김중업 건축문화의 집에서는 김중업의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이정윤 작가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행사 기간 내 아트페어, 미술관 포럼, 공연, 오픈 레지던시 등 풍성한 연계 행사가 마련되며 주요 장소를 연결하는 순환버스도 운행한다. 성북아트위크는 11월 1일까지 진행되며 한양도성에 설치된 정현 작가의 작품은 내년 4월까지 관람할 수 있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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