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앨범 발매
▲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비발디를 연주할 땐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연주하는 것 같고요. 반면에 피아졸라는 자연을 인간의 감정으로 번역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비발디가 자연 그대로를 그렸다면, 피아졸라는 우리 내면의 사계를 그리지 않았나. 두 ‘사계’가 서로 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40)이 두 개의 ‘사계’로 돌아왔다.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와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의 동명 작품을 한 앨범에 담았다. 앨범 발매를 계기로 오는 2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을 시작으로 인천, 대구, 서울에서 관객과 만나는 그는 얼마 전 기자들과 만나 앨범 녹음과 관련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비발디는 자연, 피아졸라는 인간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가까이 지냈어요. 부모님이 말해주시기로, 제가 ‘엄마’와 ‘아빠’라는 말 다음으로 많이 이야기했던 게 ‘바다’와 ‘나무’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바다를 좋아했는데요. 영국 유학했을 때 한 섬에서 지냈는데, 그 섬에서 자연과 함께 컸던 것 같아요. 그것이 제 음악의 정체성이 된 것 같습니다.”
한수진은 특별한 ‘결핍’을 안고 있다. 선천적으로 왼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 턱관절 수술로 연주를 수년간 접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결핍이 아니라 ‘축복’이었다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치료가 길어지는 동안 내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지 알게 됐어요. 치료를 거치며 작은 일상과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찾게 됐죠. 음악인으로 산다는 것이 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고 연주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
●24일부터 영국 ECO와 내한 공연
한수진은 15세의 나이로 비에니아프스키 콩쿠르에 참가해 2위에 오르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았다. 영국에서 성장하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음악학을 전공하다가 영국 런던 왕립음악대학으로 옮긴 후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솔로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다.
이번 앨범은 그의 첫 협연 앨범이다. 영국 명문 악단인 잉글리시 체임버 오케스트라(ECO)와 함께 녹음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1948년 전신인 골즈브러 오케스트라로 출발한 ECO는 60여년간 영국 정상급 실내악단으로 활동했다. 현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인 1977년부터 후원하고 있는 악단이기도 하다.
ECO는 내한 공연에서도 한수진과 함께한다. 공연을 앞둔 소감에 대해 한수진은 “녹음을 진행했던 영국과는 다른 한국에서 어떤 음악이 나올지, ECO 단원들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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