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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사남’ 인기 때문에…불똥 튄 영월 ‘낙화암’ 개발

입력: ‘26-03-06 15:52 / 수정: ‘26-03-0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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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가 진행중인 강원 영월군 낙화암 일대 모습. 독자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위세가 지역의 개발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강원 영월군의 단종 유적지 중 한 곳인 낙화암 일대 개발을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낙화암’은 영월 읍내를 흐르는 동강 주변의 절벽이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된 뒤 세상을 떠나자, 그를 따르던 시녀와 시종들이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절벽에서 몸을 던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때문에 낙화암은 ‘꽃처럼 떨어진 충절’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의 기억 속에 남아왔다.

그러나 이 일대가 관광 개발 사업의 경로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영월군은 ‘봉래산 명소화 사업’의 하나로 동강을 가로지르는 보도교와 전망대, 모노레일 등을 설치하고 있다. 현재 전체 공정은 60%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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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쇼박스 제공.


영월군 입장에서는 관광 인프라 확충이 지역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관광산업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봉래산 명소화 사업은 이 과정의 기대주다. 실제 단종 유적지와 동강의 자연경관을 찾는 관광객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군은 이 사업을 통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 활성화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동강을 걸어서 건너는 현수교가 완성되면 금강공원에서 봉래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관광 동선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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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려나간 모감주 나무 노거수. 독자 제공.


반면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개발이 낙화암의 역사적 의미와 문화경관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봉래산공동대책위원회 등은 현수교 공사 과정에서 낙화암 표지석이 옮겨지고 주변 절벽이 훼손되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건설 공정이 절반을 훨씬 넘은 시점에서 문제를 제기해 시기상 늦었다는 지적에도 출근 시위 등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낙화암의 지위가 지정 문화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화재 공간에 견줘 개발 제약이 덜하다. 영월 봉래산공동대책위원회 등 공사 반대 측에선 낙화암이 단종 애사의 상징적 장소이며, 금강정과 민충사 등 주변 유적과 함께 하나의 역사적 공간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한다. 법적으로 지정 문화재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역사적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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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중도 중 제6면 낙화암. 한국학중앙연구원 누리집 갈무리.


낙화암의 역사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록물은 조선 숙종 때 제작된 기록화 ‘월중도’다. 영월의 주요 단종 유적들을 8폭의 그림으로 남겼는데, 그 가운데 6폭이 낙화암을 묘사한 장면이다. 이 그림은 2007년 국가유산 보물로 지정됐다.

또 하나는 2008년 발견된 글씨다. 금강정 동편에서 발견된 ‘落花巖’(낙화암) 글씨는 글자 하나가 가로세로 70∼80㎝로 추정된다. 다만 발견 이후 암각 글자에 대한 관련 기관의 학술 조사는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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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월군 낙화암 일대 공사 현장. 독자 제공.


영월의 한 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장소이자 지역 공동체의 기억이 축적된 공간이라면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다”며 “특히 낙화암은 단종과 관련된 역사적 서사의 마지막 지점으로, 청령포와 장릉을 잇는 영월 역사 경관의 중요한 일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영월역 등 관광 시설과 연결해 관광객 체류 시간을 늘리는 등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 관광 산업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공청회 등을 거쳐 미리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손원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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