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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밀도/김유진 [서울신문 2026 신춘문예 - 시]

입력: ‘26-01-01 00:45 / 수정: ‘26-01-0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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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회오리가 있을 것이다 보이는 것에 대한 묘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네 곁에 결코 갈 수 없다 머리카락은 마구 흩날리고 있을 것이다 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보이는 것에 대한 묘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장으로 앞으로도 영원히 네가 있는 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단지 거기 있는 숨의 율동

어떤 공간을 가득 채웠다가 빠르게 빠져나간다

다시 또 숨이 공간을 채웠다가 빠져나가며 주변을 빨아들인다 내게서 나온 숨이 거기 붙어 따라간다 끝까지 보이는 것에 대한 묘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나의 숨에 붙은 또 다른 숨

떨어져 나간 숨은 외곽에 몸을 맞추고 있다 꽉 차게 몸을 부풀린 숨은

중앙의 밀도가 낮아지고

겹치는 숨으로 인해 꾹꾹 밀려 밖으로 표면을 붙이고 있다

회오리의 가운데가 비어 있다는 정보는 지금 관찰한 결과가 아니다 보이는 것에 대한 묘사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진술은 가능하다

사실 공기는 움직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묘사를 시작한다 숨은 쉬어지지 않았다 누구도 탄생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끝내 닿지 않았다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공간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한다 보지 않은 것들은 우리가 회오리를 거친 적이 없다고 지시한다 보이지 않는 지시는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확신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젖어 있다고 바람이 불고 천이 펄럭이고 떠나는 것들이 늘 있었다고 우리는 소통한다 묘사는 없을 것이다

단절된 분노 예상 환희 격정들이 가득 찼다 비워진다 우리는 품었던 것뿐이다

아니다 우리는 품었던 적이 없다고 묘사는 말한다 우리는 공간의 격동을 거치고 살아남은 적이 없게 된다 기억은 묘사가 아니다

보이는 것을 묘사하지 않기로 한 기억 때문에 우리는 여기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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