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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강의 따스한 시선 머문 그곳… 아이들이 있었다

입력: ‘24-10-28 00:21 / 수정: ‘24-10-28 08:44

한강이 쓰고 옮긴 어린이책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2007년 낸 그림책 판매 1위 돌풍
‘순록의 크리스마스’ 등 3권 번역
시적이며 담백한 문체 고이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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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전예슬·문학동네 제공


“2000년 8월 비가 무척 내리던 날 엄마가 됐고, 어린이책에 깊은 관심을 갖게 돼 이 이야기(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를 썼습니다.”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후 서점가에 ‘한강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가 어린이 독자를 위해 쓴 책도 화제가 되고 있다. 또 ‘번역가 한강’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어린이책들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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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는 한강이 2007년 2월 출간한 그림책 ‘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를 최근 재인쇄하면서 ‘소설가 한강이 어린이를 위해 쓴 단 한 권의 그림책’이라는 홍보 문구를 뒤표지에 넣었다. 실제로 그의 그림책은 27일 기준, 교보문고 유아 부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가는 아이가 생기면서 어린이책에 관심이 깊어졌다. 그는 책 서두에 “천둥번개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천둥번개를 무서워하지 않는 아이들에게…그리고 새벽이에게”라고 썼다.

작품은 장마철을 앞두고 먹구름을 짜느라 여념이 없는 하늘나라 선녀들 중 따분함을 못 견디는 두 명의 꼬마 선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천둥과 번개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뿌리를 찾아가는 작가의 상상력도 재미나지만 기존 관념을 깬 이야기라는 점에 더 큰 매력이 있다. 과거 옛이야기 그림책 속 선녀는 무거워 고개가 절로 숙어질 것같이 머리를 말아 올리고, 발목에 자꾸 감길 것 같은 치마를 둘렀지만 맹랑한 꼬마 선녀들은 거추장스러운 날개옷을 벗어 던져 버린다. 하늘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존재 역시 남성이 아닌 여성(할머니 선녀)이다. “더 재미있는 일을 해 보고 싶었다”는 꼬마 선녀들의 이야기에 할머니 선녀는 불호령 대신 깡똥한 날개옷과 단발머리를 허락한다. 그뿐인가. 할머니 선녀는 제 역할을 다한 꼬마 선녀들에게 마음 놓고 세상 구경을 떠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선물까지 주는 자애로운 어른이다.

한강이 번역한 어린이책 세 권도 입소문이 나고 있다. 앞서 그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기자간담회에서 “영어는 어딜 가든 만점을 받았다”며 어릴 적부터 빼어났던 한강의 언어 실력을 이야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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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림책 ‘순록의 크리스마스’(2004), ‘절대로 잡아먹히지 않는 빨간 모자 이야기’(2006·이하 절대로)와 동화 ‘꼬마 로봇 스누트의 모험’(2005·이하 꼬마 로봇)을 옮겼다. ‘순록의 크리스마스’는 산타 썰매를 끌기 위해 모여든 동물 중 순록이 썰매를 끌게 된 이유를 담았고, ‘절대로’는 기존의 빨간 모자 이야기에서 빨간 모자를 오리로, 늑대를 악어로 바꿔 풀어 간다. ‘꼬마 로봇’은 모험과 위기를 통해 차츰 용감해지는 스누투의 이야기다.

한강이 번역한 책 세 권 모두 절판 상태라 도서관이나 중고 서점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다. 번역서에는 그의 시적이면서도 담백한 문체가 고스란히 담겼다.

그가 번역가로서 독자를 위해 남긴 말도 인상적이다. 그는 기존 ‘빨간 모자’ 이야기를 비틀어 만든 ‘절대로’의 책 내지에 “자신을 잡아먹겠다는 악어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큰소리를 치는 이 귀여운 오리 소녀”는 “용기와 당당함, 그리고 재치가 얼마나 큰 힘인지 알게 해 준다”고 썼다. 그는 또 ‘꼬마 로봇’에는 “어린이들도 ‘의문을 갖는 것’의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며 “물음표를 많이 가지고 사는 사람은 늘 생생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라고 믿는다”고 남겼다.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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