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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0년 잠자던 튀르키예 모자이크, 2년 만에 한국이 깨웠다

입력: ‘26-10-29 00:09 / 수정: ‘26-10-29 00:09

양국 연구팀 ‘퀼테페’ 첫 확인 쾌거

기원전 3000년~로마 시대에 번성
지하 물리탐사로 발굴 구역 선정
78년 만에 헬레니즘 유구 찾아내

규칙적 방 배치·10m 석축도 확인
“장인 기술 필요, 신성한 공간 추정”
내년 조사 지역 확장… 국내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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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튀르키예 공동연구팀이 지난 27일 발굴 성과를 공개한 퀼테페 유적 전경. 이번 발굴로 헬레니즘 시대 2-1층과 3층을 비롯한 4개 문화층에서 확인된 건축 형태와 생활 흔적은 당시 도시의 공간 이용과 변천 과정을 보여 준다. 국가유산청 제공


한국-튀르키예 공동연구팀이 고대 도시 퀼테페에서 2300년 전 모자이크를 처음 확인했다. 미국·이탈리아·일본 등 연구진이 참여해 78년째 발굴 중인 유적에서 2년도 안 돼 거둔 성과다. 헬레니즘 시대 도시의 실체를 밝힐 단서로, 국내 연구진이 세계 고고학 무대에서 역량을 입증한 쾌거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2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한-튀르키예 공동연구 조사성과 발표회’를 열었다.

이날 연구원은 “튀르키예 문화관광부·앙카라대와 함께한 퀼테페 조사에서 헬레니즘 시대 모자이크 유구와 위아래로 겹쳐진 4개 문화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구는 땅속에 남은 옛 건물이나 시설의 흔적을 뜻한다. 퀼테페에서 헬레니즘 시기 모자이크 유구가 나온 것은 1948년 발굴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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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퀼테페 유적 헬레니즘 시대 2-1층. 국가유산청 제공


퀼테페 유적은 튀르키예 중부 내륙 도시 카이세리에 있는 고대 도시 유적이다. 기원전 3000년 무렵부터 로마 시대까지 번성했으며 히타이트 제국에 앞서 있었던 카네시 왕국의 수도였다. 왕궁과 신전이 있는 상부도시, 상인들이 살며 거래한 하부도시로 나뉜다. 약 4000년 전 상인들의 거래와 계약, 가족의 일상 등을 담은 쐐기문자 점토판 약 2만 3500점이 출토됐다. 점토판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며, 유적 자체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다.

이번 발견은 청동기시대에 집중됐던 연구에서 후대 도시의 모습을 밝힐 자료를 확보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당시 문헌에는 큰 건축물과 사원 등이 기록돼 있지만, 퀼테페에서 확인된 건물 흔적은 일부에 그쳐 기록 속 도시의 규모와 구조를 고고학적으로 밝히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조사단장인 피크리 쿨라코울루 앙카라대 교수는 “기존에 확인됐던 헬레니즘 시대 유구들은 극히 일부여서 도시의 규모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드러난 대규모 건물 흔적이 당시 도시 구조를 이해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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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퀼테페 유적 헬레니즘 시대 3층. 국가유산청 제공


공동팀은 당초 상부도시 와르샤마 궁전의 규모와 주변 시설의 연결 관계를 파악하려고 조사에 나섰다. 지하물리탐사(GPR)로 지하 구조를 살펴 궁전 남동쪽을 발굴 구역으로 정했고 그 과정에서 헬레니즘 시대 건물 흔적을 만났다. 핵심 성과인 모자이크 유구는 작은 돌조각을 촘촘히 깔아 마감한 건물의 바닥 흔적이다. 동서 163㎝, 남북 165㎝ 규모로 남은 모서리 부분을 찾았다. 주변에도 관련 흔적이 있어 원래는 더 넓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함께 출토된 토기 등을 근거로 조성 시기는 기원전 300년경으로 보고 있다.

4개 문화층은 같은 자리에 서로 다른 시기의 생활 흔적이 케이크처럼 포개져 남은 형태다. 건물을 고쳐 짓고 공간을 바꿔 쓴 과정이 위아래로 쌓인 셈이다. 층마다 남은 바닥과 벽, 수로, 토기를 비교하면 도시 공간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주변에서도 여러 건물 흔적이 함께 나타나 일대에 복합 건물군이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들이 규칙적으로 배치되고 10m 이상 이어지는 석축도 확인됐다.

쿨라코울루 교수는 “전문 장인의 기술이 필요한 모자이크라는 점에서 일반 살림집이 아닌 신성한 공간이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문양과 채색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원은 발굴 범위를 넓히면 문양을 갖춘 모자이크와 더 이른 시기의 유물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국은 2027년 5~7월 3차 발굴조사에서 기존 두 조사 구역을 확장해 건물 배치와 도시 구조를 살필 계획이다. 수교 70주년을 맞는 내년 8~10월에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열어 공동조사 성과와 퀼테페 점토문서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김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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