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시장 아이돌 쏠림에 반작용
가을이라는 계절적 요인 겹쳐 인기
오디션 ‘우리들의 발라드’ 1억뷰
젊은 세대의 신선한 매력 어필
신승훈·김동률·이문세 등
발라드 장인들도 줄줄이 컴백
아이돌 쏠림 현상으로 한동안 침체됐던 발라드 장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을이라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지만 K팝 시장의 지나친 장르 편중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최초 발라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SBS ‘우리들의 발라드’가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평균 나이 18.2세의 참가자들이 시대별 발라드 명곡들을 재해석해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 이예지
경연이 시작되면서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부른 최은빈과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감성적으로 소화한 ‘제주 소녀’ 이예지의 무대가 화제를 모았고 프로그램의 온라인 누적 영상 조회수는 총 1억뷰를 돌파했다.
▲ 최은빈
젊은 세대는 발라드에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기성세대는 그 시절의 향수에 잠기는 등 세대 공감이 가장 큰 인기 요인이다. 음악적 기교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진정성이 중요한 평가 요소다. 지난 14일 첫 방송을 한 JTBC ‘싱어게인4’에서도 참가자들이 부른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김광진의 ‘진심’, 신승훈의 ‘나비효과’ 등의 무대가 인기를 끌면서 1980~2000년대 발라드 명곡들이 재발견되고 있다.
▲ 신승훈
‘우리들의 발라드’를 기획한 박성훈 SBS CP는 “요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대중음악 황금기였던 1980~1990년대 발라드를 찾아 듣는 젊은 세대가 많다”면서 “지금 들어도 감각적이고 완성도가 높은 발라드 음악이 새롭게 다가가는 것 같다”고 짚었다. 또한 “K팝과 트로트의 강세에 발라드가 잠시 존재감을 잃었을 뿐”이라며 “발라드는 기성세대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고 젊은 세대에는 현재진행형인 위로의 음악”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올가을 가요계에는 대형 발라드 가수가 대거 복귀한다. 최근 10년 만에 정규 12집을 발표한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다음달 1~2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 대전을 도는 전국투어에 돌입한다. 신승훈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K팝 시장이 아이돌화됐고 전문화됐지만 장르가 고르지 못하고 구조상 쏠림 현상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듣는 사람의 가슴을 움직이는 것이 한국형 발라드의 특징”이라며 “발라드 장르가 의기소침해져 있지만 좋은 음악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동률
‘감성 발라드 대가’ 김동률은 오는 11월 8~10일, 13~16일 7회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단독 콘서트 ‘산책’을 연다. 2023년 같은 장소에서 6만 관객과 소통했던 그는 올해 1회 공연을 추가했는데 전석 매진됐다. 발라드 가수가 ‘아이돌의 성지’인 KSPO돔에서 2주 동안 콘서트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 이문세
‘발라드계 맏형’ 이문세도 11월 29일부터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7년 만에 KSPO돔을 비롯해 대형 공연장을 도는 아레나 투어 ‘더 베스트’를 개최하는 것. ‘록 발라드 전설’ 임재범도 같은 날 데뷔 40주년을 기념한 전국투어 ‘나는 임재범이다’를 시작한다. 감성 발라더 계보를 잇고 있는 정승환은 30일 새 앨범 ‘사랑이라 불린’을 발매하고 열풍에 가세한다.
김윤미 대중음악 평론가는 “경기 불황과 디지털 소외 등으로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아날로그 감성과 정서적인 위로를 전하는 발라드가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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