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두 개의 특별전
日정서 표현한 기모노·물항아리
태평양권 예술·철학 엿볼 기회도
▲ 18세기 일본 에도 시대의 ‘가을풀무늬 고소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올여름 휴가를 떠나기 어렵다면 방구석에 콕 박혀 있는 ‘방콕’ 말고 박물관에 콕 박히는 ‘박콕’을 즐겨 보면 어떨까.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이 해외 박물관과 함께하는 2개의 특별전을 선보인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도쿄국립박물관의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일본미술, 네 가지 시선’ 전시가 마련됐다. 모두 62점이 전시됐는데 이 중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22점,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이 40점이다. 도쿄국립박물관 소장품 중에는 일본 중요 문화재 7점이 포함돼 있으며 38점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일본미술의 안과 밖, 즉 내면에 깃든 정서와 겉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꾸밈의 열정, 절제의 추구, 찰나의 감동, 삶의 유희)으로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장식성을 통해 일상의 특별함을 더한 작품은 물론 반대로 검소함이나 소박함과는 조금 다른 일본미술의 절제미를 엿볼 수 있는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또 벚꽃이 피고 지고 단풍이 들다가 낙엽이 지듯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아쉬워하면서도 그 순간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애잔한 정서인 ‘아와레’와 더불어 유쾌하고 명랑한 ‘아소비’의 정서가 깃든 작품도 선보인다.
전시 작품 중에는 도쿄국립박물관을 대표하는 ‘가을풀무늬 고소데’(소맷부리가 짧은 기모노)도 포함돼 있다. 일본 장식화풍의 대가로 알려진 에도 시대 화가 오가타 고린이 직접 가을풀무늬를 그려 넣은 옷이다. 이 밖에 다도 도구인 ‘시바노이오리’라 불린 물항아리, 일본의 전통 시가(詩歌)인 와카를 지을 때 사용했던 ‘마키에 다듬이질무늬 벼루 상자’, 전통 무대예술인 노(能) 공연에 사용된 노 가면(能面) ‘샤쿠미’를 만날 수 있다.
▲ 사람 얼굴과 메기 머리가 새겨진 19세기 파푸아뉴기니의 갈고리.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또 다른 특별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는 시선을 태평양으로 확장한다. 국내 최초로 오세아니아 문화권을 소개하는 전시로 태평양에서 탄생한 예술과 철학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깊이 있게 조망한다. 폴리네시아어로 ‘마나’는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모아나’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뜻한다. 바다와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경외가 오세아니아 예술 전반을 관통하는 세계관이다.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공동으로 여는 이 전시는 18~20세기 유산 171점과 현대 작가의 작품 8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 전시는 어린이들과 함께 즐기기 좋다. 티키라는 주인공이 오세아니아 대륙 이곳저곳의 사람과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의 그림책인 ‘티키가 들려주는 오세아니아 이야기’를 활용해 전시 관람 후 함께 색칠을 하며 전시 내용을 돌아볼 수 있다. 또 ‘어린이가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도 준비됐다. 일본미술 전시는 오는 8월 10일, 오세아니아 전시는 9월 14일까지.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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