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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시계 비밀이 미분이었어?… 수포자였던 나, 수학이 재밌네

입력: ‘24-08-30 01:42 / 수정: ‘24-08-30 01:42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김재경 지음/동아시아/244쪽/1만 8000원

백신 효과 높이기·잠 잘자는 법 등
김재경 교수가 경험과 엮어 해설
미적분 수식 몰라도 머리에 쏙쏙
읽다 보면 어느새 수학 매력에 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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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배꼽시계라고 알려진 생체시계를 작동하는 피리어드 단백질의 변동을 미분방정식 그래프로 나타낸 것. 이 그래프를 통해 피리어드 단백질이 24시간 주기로 변동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 제공


기자가 수십년 전 전공을 화학 계열로 선택했던 것은 순전히 ‘수학을 안 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고등학교 화학 수업을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과 오리엔테이션에서 필수 전공에 ‘공업 수학’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헛꿈인 것을 깨달았다.

중고등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면서 ‘수학의 쓸모없음’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미적분과 거기서 파생된 미분방정식으로 배꼽시계라고 부르는 생체리듬의 원리, 불면의 밤을 줄일 수 있는 수면 패턴 찾기, 백신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접종 시간 등 수학의 쓸모를 차분히 설명한다.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친 이승복처럼 ‘수학이 싫어요’를 목놓아 외쳤던 사람이라도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내가 수학을 좋아했었나’라는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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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법을 부린 저자는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이자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그룹 CI(Chief Investigator·그룹장)인 김재경(42) 박사다. 김 교수의 연구 분야는 요즘 ‘잘나가는’ 수리생물학이다.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에 수학을 접목하는 수리생물학에서의 핵심 도구는 그렇게도 학생들을 괴롭혔던 미적분이다. 김 교수는 “미적분은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라며 “우리가 사칙연산에서 방정식, 함수, 도형 등을 배우는 것은 모두 미적분을 위한 빌드업”이라고 말한다. 이 책의 장점은 ‘미적분은 정말 중요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저자의 경험을 들려주며 독자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수면 연구 사례다. 지하철에서 선 채로 잠들 정도로 수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김 교수는 수면 연구를 하던 중 수면다원검사 결과 ‘수면무호흡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로 김 교수처럼 국내 성인 절반 이상이 수면무호흡증이나 불면증 같은 수면 장애를 겪는다. 보통 수면 장애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에 김 교수는 수면 의학자들과 공동 연구해 간단한 질문 9개만으로 수면다원검사 결과만큼 정확하게 수면 장애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인터넷에 무료 공개했다. 이 수면 장애 측정 프로그램도 미적분과 미분방정식을 바탕으로 한다.

예전에 저자가 하는 강의를 들었는데 ‘수학을 저렇게 쉽게 설명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 전공이 수학교육학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비결을 물어보니 김 교수가 “원래 가르치는 데 좀 소질이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도 강의만큼 쉽고 재미있게 씌어져 있다. 물론 학창 시절 트라우마를 부르는 미적분 수식이 군데군데 있긴 하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수식을 무시하고 읽더라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주의할 점 하나. 책을 다 읽고 나면 집안 어느 구석엔가 먼지 쌓인 ‘수학의 정석’을 찾아내 반드시 미적분을 공부하고 말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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