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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모나지 않은 ‘네모나네’의 세상

입력: ‘23-03-15 02:06 / 수정: ‘23-03-15 07:16

박상혁 작가의 20년 발자취 담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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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고 가벼운 v2(2023)
화이트의 노래 ‘네모의 꿈’에서는 세상이 모두 네모라고 외친다. 네모난 세상이 네모난 얼굴에 네모난 눈, 레고 캐릭터처럼 네모난 몸통을 가진 주인공에게는 어떻게 보일까.

서울 종로구 갤러리마리에서 지난 8일 열린 박상혁 작가의 개인전 ‘소우주 Microcosmos’에서 그런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파도’라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는 작은 사람이 금방이라도 바닷물에 쓸려 가 버릴 것 같은 불안감마저 느껴진다.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사회적 압력에 처했을 때 사람들의 마음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박 작가의 작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네모 형태의 작은 캐릭터 ‘네모나네’는 2003년 박 작가가 짧은 애니메이션을 위해 간단한 스케치로 처음 만들었다. 한 번의 작업으로 끝날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젠 박 작가의 분신이 됐다. 단순한 스케치에서 시작된 네모나네는 지난 20년 동안 회화, 드로잉, 영상, 입체 조형물, 크립토 아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작가와 함께했다. 박 작가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세계관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정체성 그 자체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네모나네와 함께 2018년부터 시작한 ‘엣지 시리즈’ 등 6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박 작가의 엣지 시리즈는 무한하고 부드러운 자연의 선과 인간이 만든 직선이 함께하는 풍경을 재해석한 회화 작품이다. 많은 이가 도로나 철도, 건물 같은 문명의 이기들은 자연과 부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박 작가는 작업 공간이 있는 경기 양평과 서울을 오가면서 자연의 공간에 인간이 만든 도로, 건축물 같은 인공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자연과 문명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네모나네가 20년 동안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이도 어른도 아닌 경계에서 존재하듯, 완벽한 자연의 풍경이나 완벽한 문명의 풍경도 실재할 수 없기에 그 둘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모습을 엣지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21일까지.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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