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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역서 찾은 ‘조선말 큰사전’ 원고… 한글날 100돌 맞아 역사박물관 상륙

입력: ‘26-10-11 19:46 / 수정: ‘26-10-11 19:46

한글자료 전시 ‘일구이륙 무한이륙’

‘말모이’ 복제본 포함 121점 한자리에
한글 운세 점치기 등 다양한 체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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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윤수경 기자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운송부 창고. 점검에 나선 사람의 눈에 심상치 않은 상자 하나가 들어왔다. 표지에 ‘큰사전’이라고 적힌 원고지 묶음에는 빼곡한 단어와 뜻풀이 위에 붉은 펜으로 교정한 흔적이 선명했다. 일본 경찰에 압수된 뒤 행방이 묘연해져 온 나라를 애태우던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기적처럼 다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회원들은 광복을 맞아 출옥한 직후 조선어학회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원고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1942년 사전 편찬을 주도했던 인사 대부분이 검거되면서, 일제가 이 원고를 증거물 삼아 함흥까지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후 상고심을 위해 경성고등법원으로 이송됐으나, 전쟁 말기의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경성역 창고에 방치된 것이었다. 함흥과 경성을 오가며 애타게 원고를 찾던 조선어학회 인사들은 돌아온 원고를 품에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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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말 큰사전 원고’ 표지 모습.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돌아온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일부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주제관에서 개막한 기획특별전 ‘일구이륙 무한이륙’이다. 한글날 제정 100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1926년 최초의 한글날 이후 100년의 여정을 조명한다. 한글날의 첫 이름 ‘가갸날’의 기원을 비롯해 한글문화 자료 121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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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고 곳곳에는 빨간색 펜으로 교정한 흔적이 보인다. 국가유산포털 제공


전시의 중심인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조선어학회가 1929년부터 1942년까지 13년 동안 공들여 작성한 필사본 교정지로, 모두 14책으로 이뤄져 있다. 철자법, 맞춤법, 표준어 등 우리말 통일사업의 출발점이자 결과물로서 국어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우여곡절 끝에 찾은 원고 덕분에 우리 말글의 보존과 본격적인 사전 편찬이 가능해졌다. 조선어학회는 이 원고를 바탕으로 1947년 ‘조선말 큰사전’ 1·2권을 간행했다. 이어 1957년 10월 9일 한글날, 마지막 6권까지 발간하며 마침내 ‘큰사전’이라는 이름으로 완간했다.

이 원고는 2020년 보물로 지정됐으며 말모이(1911~1914) 책과 함께 ‘근대 한국어 사전 원고’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신청을 해둔 상태다. 내년 상반기 개최될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전시에는 이 밖에도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 원고 복제본, ‘한글’이라는 명칭이 등장하는 초기 문헌 ‘한글모 죽보기’(영인본)와 주시경이 강사로 활동했던 조선어강습원(한글배곧)의 수업증서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체험 공간도 눈길을 끈다. 한글 배열로 운수를 점쳐 보는 ‘한글 점방’, 지난 100년 동안 축적된 한글날 관련 기록을 탐색할 수 있는 ‘다함께 한글날’ 등이 마련됐다. 나아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글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한글로 이어질 미래에게’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지현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926년과 2026년의 숫자 ‘26’이 ‘이륙하다’라는 단어를 연상시켜 ‘일구이륙 무한이륙’이라는 전시 제목을 지었다”며 “한글에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담겨 있다. 한글은 앞으로도 무한히 뻗어나갈 것이고 지금 한글을 쓰는 사람 하나하나가 미래의 한글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월 9일까지.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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