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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특수’ 부른 앤 카슨…‘빨강의 자서전’ 연휴 내내 1위

입력: ‘26-10-11 16:02 / 수정: ‘26-10-11 16:02
교보문고 204배·예스24 184배 ↑
구매자 73.5% 여성…출판사 증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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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의 축하 페이지. 예스24는 카슨의 문장을 담은 페이지와 축하 댓글 이벤트,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작 기획전을 열고 있다. YES24 제공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캐나다 시인 앤 카슨(76)이 선정된 뒤 국내 서점가가 즉각 반응했다. 지난 8일 스웨덴 한림원이 그를 호명한 후 책 판매량은 200배 안팎으로 불어났고, 출판사 재고까지 바닥나면서 ‘노벨상 특수’가 품귀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교보문고는 8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전 9시까지 카슨의 책 판매량이 발표 전 평균과 비교해 203.9배로 늘었다고 11일 밝혔다. 그리스 신화 속 붉은 괴물 게리온을 날개 달린 소년으로 되살린 ‘빨강의 자서전’이 가장 많이 팔렸고, 오빠를 애도하며 쓴 ‘녹스’와 여성 최초 T S 엘리엇상 수상작 ‘남편의 아름다움’이 각각 8위와 9위로 뒤를 이었다.

구매자는 여성(73.5%)이 압도적이었다. 연령별로는 40대(28.6%)와 30대(23.2%)가 51.8%로 절반을 넘었고, 50대(19.4%)와 20대(15.5%)가 뒤를 이었다.

예스24에선 발표 직후 12시간 동안 카슨의 책이 하루 전 같은 시간대보다 약 184배 많이 팔렸다. ‘빨강의 자서전’은 367배로 치솟아 8일 일간 베스트셀러 정상에 올랐다. ‘남편의 아름다움’(5위)과 ‘에로스, 달콤씁쓸한’(7위), ‘녹스’(12위), ‘짧은 이야기들’(13위)도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열기는 연휴 내내 이어졌다. 11일 예스24 국내도서 일별 베스트셀러에서 ‘빨강의 자서전’은 1위를 지켰고 ‘남편의 아름다움’은 3위로 올라섰다. ‘에로스, 달콤씁쓸한’(11위)과 ‘짧은 이야기들’(14위)까지 4권이 20위 안에 들었고 ‘녹스’도 23위에 자리했다. 이들 5종은 모두 예약판매로 돌아서 13~14일에야 발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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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캐나다 시인 앤 카슨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이튿날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카슨 작품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출판사들은 증쇄에 나섰다. 카슨의 책 4종을 펴낸 난다는 재고가 동나 12일부터 다시 찍는다. 봄날의책은 2000부 이상 증쇄를 준비하지만 ‘녹스’는 제작에만 두 달가량 걸린다.

한림원은 시인이자 고전학자, 번역가인 카슨의 작업을 두고 “고전 전통과 유희하듯 대화를 나누며 현대 문학에 새로운 형식을 열어 준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라고 평가했다. 국내에는 난다·한겨레출판·봄날의책에서 9종이 번역돼 있고, 봄날의책은 다음 달 중순 ‘엉뚱한 노마’(Wrong Norma)도 선보인다.

카슨을 연구한 정은귀 한국외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서울신문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엉뚱한 노마’를 매력적인 책으로 손꼽았다. 그는 “산문, 시, 철학, 소설 등을 콜라주한 작품으로, 영어 단어 ‘wrong’은 ‘잘못된’, ‘엉뚱한’으로 해석되고 여성 이름 노르마는 규범(norm)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면서 “규범이 얼마나 위계적인지, 판단이라는 게 과연 옳은 것이냐는 질문을 던지는 카슨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낯선 고전을 지금 다시 불러오는 것은 역사를 새로 쓰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카슨의 작업은 오늘날 시도되는 여러 문학 실험에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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