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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스필버그의 삶과 영화… 그 시작점엔 가족이 있었다

입력: ‘23-03-22 00:38 / 수정: ‘23-03-22 00:38

감독 자전 이야기 ‘파벨만스’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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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파벨만스’
누구나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린 시절부터 영화업계에 처음 발을 디딘 순간까지, 그때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파벨만스’가 22일 국내 관객을 만난다.

1952년 1월 부모 손에 이끌려 무서운 극장을 찾은 어린 새미(마테오 조라이언)는 영화 ‘지상 최대의 쇼’의 열차 충돌 장면에 매료된다. 열차 모형 장난감으로 충돌 장면을 촬영하고 편집해 어머니 미치(미셸 윌리엄스)를 깜짝 놀라게 한다. 가족 앞에서 바흐의 피아노협주곡 D단조 2악장을 들려줄 정도로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던 미치는 자신이 포기한 예술가의 길을 걷도록 아들을 격려한다. 신이 난 새미는 케첩으로 가짜 피를 만들고 두루마리 휴지로 동생들을 미라로 만들며 영화 연출에 열중한다.

10대가 돼서도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고 친구들을 배우로 내세워 극 영화를 만들며 될성부른 떡잎임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영화가 ‘시네마 천국’이나 ‘바빌론’ 같은 영화와 구분 지어지는 지점이 있다. 자전적 영화라 자화자찬에 빠져들 것 같은데 냉정하게 거리를 유지하면서 제목이 암시하듯 파벨만 가족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있다.

스필버그 감독은 자신의 얘기를 각본을 집필한 토니 쿠슈너에게 들려주고 그의 재량에 맡겼다고 했다. 각본이 완성된 뒤 세 여동생에게 보내 ‘한 사람이라도 이의가 있으면 영화를 접겠다’고 말했단다. 세심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바흐 협주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청소년이 된 새미(개브리엘 러벨)가 촬영하다가 어머니의 비밀을 알아채고 영화와 삶이 갖는 비의(秘義)를 깨닫게 되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어 어머니에게 옷장에 들어가 영상을 보게 하면서 자신이 알아챘음을 알게 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카메오로 여러 영화에 곧잘 얼굴을 내미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전설적인 감독 존 포드로 깜짝 출연해 조감독을 하겠다며 찾아온 새미를 향해 늘어놓는 지평선 얘기도 두고두고 기억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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