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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빗자루·골프채… 아동 폭력의 민낯, 작품으로 녹여내다

입력: ‘22-01-19 17:22 / 수정: ‘22-01-20 01:55

3월까지 ‘밤을 넘는 아이들’ 전시
작가 10명, 폭력·소외의 경험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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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더, 단소, 파리채, 먼지떨이, 테니스 라켓, 야구 배트, 골프채, 빗자루….

전시장 한 공간을 차지한 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도구들. 언뜻 공통점이라곤 없는, 색도 모양도 저마다 다른 물건들이 키재기를 하듯 꼿꼿이 서 있다. 별다른 설명도 없지만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시선이 옮을 때마다 관객은 사물의 ‘진짜 용도’를 서서히 깨닫는다.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해할 때 쓰인다는 것. 김수정 작가의 작품 ‘The war: 가장 일상적인(사진)’의 일부다.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집, 가정이란 응당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지만, 어떤 가정은 ‘야생의 장소’에 불과하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밤을 넘는 아이들’은 이처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정에서의 아동 폭력을 주제로 한 전시다. 김 작가를 포함해 고경호·권순영·노경화·나광호·민진영·성희진·신희수·왕선정·정문경 등 3040 작가 10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작가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낸 작품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고 작가는 보수적 기독교 집안의 아들로서 자신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이 과정에서 겪은 괴리감을 거센 붓질로 표현한다. 돌 사진, 나들이 사진, 졸업 사진 등 가족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을 그렸는데, 얼굴이 모두 지워진 그림 속 인물들은 가족이 때로는 굴레임을 시사한다.

노 작가는 피해자이자 관찰자, 폭로자로서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여럿 다뤄 왔다.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어린이가 자란다는 건 더 좋은 선택을 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내가 어릴 때 나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더 빨리 좋은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과거를 돌아봤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작품이 그저 어둡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식물, 태양, 땅 등 수호신에 어린아이의 얼굴을 그려 넣은 노 작가의 그림은 동화처럼 밝고 아기자기하다. 그는 “어린 시절 마음이 구겨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렇다고 그때의 웃음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구겨진 날들은 있어도 밝은 마음, 웃는 모습은 진심이란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권 작가는 돌봄에서 소외된 이들의 고통과 상처를 세밀한 터치로 표현한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소복하게 내린 눈이 캔버스를 채우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몸이 절단되거나 꿰뚫린 캐릭터가 뒤섞여 있다. 참담한 상처와 함께 따뜻한 연민이 공존하는 작품을 통해 작가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손을 내민다.

아동 폭력 피해와 소외의 경험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전시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한편,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더 많은 아이들이 폭력에 노출되는 현 상황에 경종을 울린다. 3월 13일까지.

김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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