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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미술관]8.화이트 모션(White Motion)

입력: ‘21-07-20 18:33 / 수정: ‘21-07-26 09:58

바쁜 발걸음 잠시 멈추고 쉬어가면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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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본 화이트 모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지금의 시청 앞 광장이 조성됐다. 당시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작품은 ‘빛의 광장’이었다. 광장바닥에 폐브라운관을 쭉 깔고 첨탑형 기둥을 세워 야간에 화려한 조명을 비춰 서울의 밤을 밝힌다는 것이었다.

당시 필자는 시청 앞 광장 공모전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다. 필자는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삭막한 도시에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쉴 수 있는 넉넉한 녹지공간인 만큼 녹지공간 조성을 중심으로 테마로 한 다른 작품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광장은 개방성이 필수라는 의견이 강해 빛의 광장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당선작 선정 이후 장마철 누수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빛의 광장 조성은 없던 일이 됐다.

현재 시청앞 광장은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가로수가 주변에 식재돼 있다. 하지만 집회장소나 겨울철 김장터로 활용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시민 쉼터로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

이 시청 앞 광장에서 멀지않은 곳에 9m 높이의 하얀색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광장에서 도보로 3~4분 거리에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 2청사가 입주한 시티스퀘어라는 빌딩이 있다. 이 빌딩 앞에 가면 기둥에서부터 가지는 물론, 그 가지에 달린 동그란 솔방울 모양의 열매까지 모든 게 흰색인 나무를 볼 수 있다. 밤에는 이 나무가 녹색, 보라색 등 알록달록한 색으로 몸단장을 해 주변의 야경에 운치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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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보랏빛으로 변신한 화이트 모션
이형욱(45) 작가의 ‘화이트 모션(White Motion)’이라는 건축물 미술작품이다. 2019년에 세워졌다. 작가는 미술에 관심이 많은 건축주 의뢰로 8개월의 작업 끝에 만들었다. 재질은 스텐인리스 스틸이다. 표면은 먼지나 분진 등 오염물질로 인한 부식 방지를 위해 불소도장 처리를 했다.

작품의 외양은 누가 보더라도 나무로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가지에 촘촘히 달려 있는 약 30개의 구들은 보는 각도나 위치, 그리고 불빛 색깔에 따라 다양한 상상력을 낳게 한다. 작가는 웃거나 화난 표정, 슬픈 표정을 연상시키는 다양한 이모티콘 형태를 감안했다고 말한다.

낮에 보면 둥근 구름조각들이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아 잠시 쉬는 것처럼 보인다. 밤에는 구 안에 설치된 LED 조명이 점등과 소등을 반복하면서 녹색이나 보랏빛 등 다양한 색깔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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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두색으로 유혹하는 화이트 모션
이 작가는 “이 빌딩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늘 사람들이 신호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더라”면서 “도시민들의 정서적인 쉼터로서 기능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흰색은 순수함, 청순함, 차분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도시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맞물리면서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색을 연출한다. 화이트 모션은 가진 건 없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는 젊은이에게는 정신적 쉼터로, 연인들에게는 핑크빛 무드를 자아내는 고백의 공간으로, 지친 몸으로 귀가하는 직장인에게는 비현실적인 사이버 공간일런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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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록달록한 자태를 뽐내는 화이트 모션
밤낮을 가리지않고 계속되는 폭염과 코로나의 위협에 도시민들은 ‘나홀로 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화이트 모션을 바라보면서 일반 가로수였다면 생각하지 못할 다양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잠시나마 머리를 식혀보자.

글·사진 박현갑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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