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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에세이 낸 누드모델 하영은 “몸은 완성된 ‘나’...본질적 美에 대한 자부심 크죠”

입력: ‘21-07-05 14:06 / 수정: ‘21-07-05 14:14

33년 모델 인생 집약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자신의 육체 마주보는 것에서 안정감 얻어”
모델들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위해 협회 설립
“죽을때까지 활동...모두 자기 몸 아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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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장이 지난 2일 서울신문사에서 30여년간의 누드모델 인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명국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인간의 몸은 그 사람의 나이, 성격과 습관은 물론 욕망까지 배어 있는 그 자체로서 완성된 ‘나’가 아닐까요. 발가벗는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만 민망함은 찰나의 감정일 뿐이죠. 인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직접 이끌어낸다는 자부심이 더 큽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밝히고 활동한 누드모델인 하영은(53) 한국 누드모델협회장이 33년 모델 인생을 집약한 첫 에세이 ‘나는 누드모델입니다’(라곰출판사)를 냈다. 지난 2일 서울신문사에서 만난 하 회장은 “왜곡된 시선에 맞서는 것은 물론 내 육체를 마주 보는 것이 얼마나 안정감과 위안을 주는지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 회장이 누드모델을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인 1988년이다. 낮에는 무역회사 경리로 일하고 밤에는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월급이 들어있는 핸드백을 통째로 도난 당하면서 생계가 막막했다. 마침 레스토랑 단골인 사진작가가 누드모델 일을 제의해 마음이 흔들렸다. 당시 보수적 분위기에서, 특히 부모님께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딱 한 번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한 달치 월급(15만원) 3분의2에 달하는 모델료도 받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모델 일도 하다가 1995년부터 전업으로 활동하게 됐다. “작품이 된 내 모습을 볼 때 희열이 컸다”는 그는 “작가들이 제 덕분에 작품에 몰입해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말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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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누드모델입니다’ 책 표지
라곰출판사 제공
누드모델은 허리 디스크 등 직업병이 따르고, 일부 작가들의 성추행·성희롱에 시달리기도 한다. 1996년 28세의 나이에 협회를 설립한 것도 모델들이 떳떳하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서다. 협회는 대부분 사비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 하 회장은 “최근에도 한 여성 모델이 누드 크로키 수업에서 원로 화가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이라며 “몇 년 전엔 미대 실습실에서 남학생이 누워있는 제 몸 위를 넘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델들에게 작업 외 시간에는 절대 나체를 노출하지 말고, 작업자와는 대화를 금하고 개인적 친분을 쌓지 말 것을 당부한다. 공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면 모델로서 자존감을 지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작업 의뢰인들에게는 작업 공간은 24도 이상으로 따뜻하게 하고, 별도의 난방기구를 갖춰줄 것과 모델을 만지거나 사적 대화를 시도하지 말 것을 부탁한다. 하 회장은 “체온이 떨어지면 모델의 몸이 경직돼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모델에는 매우 무리가 된다”면서 “수강생들의 요구로 수업 도중 에어컨을 트는 경우가 있는데 모델에 대한 최소한의 환경과 예의도 갖추지 않고서 예술을 논할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누드모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30여 년 전에 비해 요즘에는 모델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는 추세”라면서도 “그럼에도, 모델료는 많이 오르지 않아 모델에 대한 경제적 대우는 옛날보다 못하다”고 덧붙였다.

하 회장은 “모델 지망생들은 20·30대 여성이 주축을 이루지만, 은퇴한 남성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입시 학원 원장이 도전과 성취로 자신감을 찾겠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며 “한 목사님은 누드모델을 하면서 성격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도 자기 몸을 사랑하고 아낀 흔적이 남은 몸은 그렇지 않은 젊은 몸보다 훨씬 아름답다”며 죽을 때까지 누드모델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그러면서 “모두들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아꼈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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