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 구정아 ‘우스모스’展
현대관·고미술관 활용 작품 전시
‘보든 못 보든’ 관람객 상상력 더해
▲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전시장에 놓인 작품에 앉은 구정아 작가의 모습.
리움미술관(목정욱) 제공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 고미술 상설전시실. 12세기 청자 국화문 병과 14세기 청자 대접 사이 유물은 간데없고 엉뚱한 조각이 놓여있다. 작품명은 ‘디어리스트 모모’. 또 다른 고려 유물 사이에는 운석 두 개가 서로 기대있고 조선 백자 사이에는 공중에 떠 있는 돌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관람객이 ‘못 볼 가능성’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전시가 있다. 리움미술관 현대미술전시 공간 M2를 넘어 고미술 상설전시실과 로비, 창밖의 옹벽 틈까지 활용해 선보이는 구정아(59) 작가의 ‘우스모스’(OUSSSMOS)전이다.
구정아는 1990년대 중반 자신이 고안한 개념어인 ‘우스’를 통해 30여 년 간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다. 우스는 하나의 뜻으로 고정되지 않고 에너지와 물질, 존재와 우주의 다른 이름으로 쓰인다. 전시명 우스모스는 우스와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가 결합한 말로 서로 다른 사물과 힘, 기억과 시간이 만나고 흩어지며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어가는 구정아의 세계를 가리킨다.
앞서 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눈에 보이는 조각이나 그림 대신, 향을 매개로 기억과 공간을 탐구했던 그가 또 다시 보이지 않는 힘에 주목한다. 이번 전시에서 향, 자석, 야광, 드로잉 등을 주요 요소로 1990년대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모두 35점을 선보인다.
▲ 구정아 작가가 만든 캐릭터 ‘강세S’.
리움미술관(목정욱) 제공
전시장 로비에는 2007년부터 작가가 여러 도시에서 이어온 작품인 야광 스케이트 파크 연작이 놓였다. 대형 곡면 구조물 ‘그라비타’는 스케이트 파크 일부를 떼어낸 듯한 형태로, 표면에 입힌 인광 안료를 통해 조명이 켜져 있는 동안 빛을 흡수했다가 어둠이 찾아오면 푸른빛을 발한다.
운석을 연상시키는 한 쌍의 청동 조각 ‘에버’와 ‘바스트’는 한 눈에 담을 수 없다. 하나는 지면 가까이에 또 다른 하나는 공중에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전시장 창밖에 옹벽 틈에는 작가가 50개의 작은 크리스털을 숨겨뒀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햇빛이 비추는 날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은 우연히 창문 밖으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빛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작가가 ‘다 보여줘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관람객이 ‘못 볼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보고 또 그것이 실패 혹은 결핍이 아니라고 관람객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며 “하나의 작업을 한 눈에 볼 수 없어도 안타까워할 필요가 절대로 없으며 관람객 나름의 상상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구정아는 “‘이게 뭐지’하고 문득 생각이 나는 작품, ‘조금 다른데 이거 누가 한 거지?’라는 궁금증이 드는 작품을 하고자 했다”며 “관람객이 작품을 발견했을 때 어떤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가가 의도한 ‘못 볼 가능성’은 동시에 ‘보이지 않던 것을 발견할 가능성’이 되기도 한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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