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어린 무용수 인형처럼 연기
유니버설, 눈송이 왈츠 군무 일품
김용걸, 이해하기 쉬운 구성 주목
▲ 12월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호두 대전’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1막 ‘눈송이 왈츠’에서 국립발레단은 화려한 군무로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국립발레단 제공
공연을 좋아하고 발레를 사랑하는 이들은 마치 의식처럼, 또는 아이들을 위한 연말 선물로, 12월이면 ‘호두까기인형’을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다른 매력의 ‘호두까기인형’을 들고 왔다. 발레리노 김용걸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새롭게 안무한 ‘호두까기인형’이 가세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2막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다. 독일의 대문호 에른스트 테어도어 빌헬름 호프만의 단편 ‘호두까기인형과 쥐의 왕’(1816)을 재해석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1844)을 바탕으로 한다. 호두까기인형을 선물받은 마리(또는 클라라)가 왕자로 변한 인형과 환상적인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안무는 차이콥스키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1890)로 성공을 거뒀던 마리우스 프티파가 맡다가 레프 이바노프가 바통을 넘겨받아 완성했다.
이후 게오르게 발란친의 뉴욕시티발레단, 루돌프 누레예프의 로열발레단,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볼쇼이발레단,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등 세계적인 안무가 버전들이 태어났지만 아름다운 장면은 그대로다. 1막은 이야기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그려내고 2막은 테크닉으로 무장해 발레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러시아, 스페인, 아라비아, 중국, 프랑스 등 각국의 특징을 담은 2막 디베르티스망(무용 모음)은 흥미로운 볼거리다.
▲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을 연기하는 어린 무용수는 그날의 깜짝 스타가 되기도 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그리고로비치의 원전
국립발레단은 13~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호두까기인형’을 공연한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안무가 그리고로비치 버전으로 2000년 처음 선보인 뒤 꾸준히 이 버전을 유지하고 있다.
국립발레단만의 특징은 호두까기인형을 어린 무용수가 직접 연기한다는 점이다. 발레단 부설 발레아카데미 학생들이 오디션을 보고 연말 무대에 오른다. 인형처럼 움직이는 귀여운 무용수는 커튼콜에서 주역만큼 큰 박수를 받으며 이날의 스타로 떠오른다. 극의 화자 역할을 하는 드로셀마이어 역시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특별함이다.
24명의 무용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꽃송이를 표현하며 춤추는 1막 피날레 ‘눈송이 왈츠’, 극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리와 왕자의 결혼식 그랑 파드되(2인무)는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다. 마리 역은 박슬기·조연재 등 수석무용수부터 김별·엄나윤·안수연 등 코드르발레(군무 담당 무용수)까지 폭넓게 캐스팅됐다. 엄나윤과 안수연은 이 작품으로 주역 데뷔를 한다.
▲ 12월이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호두 대전’은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1막 ‘눈송이 왈츠’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우아한 군무로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 낸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유니버설발레단, 마린스키 버전의 각색
유니버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17~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오른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바실리 바이노넨 버전에 각색을 더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재미는 ‘생쥐군단’과 ‘양치기 소녀의 춤’이다. 1막에선 생쥐들이 익살스러운 애드리브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다. 2막 ‘양치기 소녀의 춤’에서는 어린 무용수들이 양 의상을 입고 등장해 귀엽고 사랑스러운 퍼포먼스로 무대를 채운다. 완성도 높은 군무로 인정받는 유니버설발레단의 강점은 1막 ‘눈송이 왈츠’와 2막 ‘로즈 왈츠’에서 빛을 발한다.
강미선·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이현준 등 베테랑 조합부터 이유림·이고르 콘타레프, 전여진·임선우 등 신예 커플까지 다양하게 꾸렸다. 장지윤은 이 작품으로 주역 데뷔를 한다. 서울 공연에 앞서 익산예술의전당(11월 22일), 천안예술의전당(11월 28~29일), 이천아트홀(12월 5~6일), 인천문화예술회관(12~13일)에서도 공연을 올린다.
▲ 2막 그랑 파드되(2인무)를 추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이유림·임선우.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김용걸, 춤에 집중한 ‘해설 있는 발레’
아트앤아티스트는 ‘호두까기 인형: 해설이 있는 명품 발레’를 5~13일 서울 이화여대 ECC삼성홀에서 공연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한 스타 발레리노 김용걸 전 교수가 안무와 연출을 맡아 작품의 흐름과 무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김 전 교수는 “이야기의 맥락과 감정은 드로셀마이어가 전달하고, 작품의 핵심인 춤에 집중해 새롭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무대 장치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만든 미디어아트를 적극 활용해 환상적인 겨울 왕국을 펼친다.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준우승한 발레리노 강경호가 5일 무대에서 2막 그랑 파드되를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과 뉴질랜드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약한 리앙 시후아이, 런던시티발레단 단원 김지민 등 특별출연진도 눈에 띈다.
▲ ‘호두까기 인형: 해설이 있는 명품 발레’ 영상 이미지. 김장연 감독 제공
최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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