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DMZ 오픈 콘서트’ 가보니
올해 2회째 숲속에 퍼진 클래식 선율
▲ 지난 21일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휴게광장에서 열린 ‘DMA OPEN 콘서트’에서 피아니스트 송영민, 첼리스트 이정란이 협주하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 지난 21일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휴게광장에서 열린 ‘DMZ OPEN 콘서트’에서 관객들이 자유롭게 앉아 자연과 클래식의 교감을 느끼고 있다. 국립수목원 제공
금빛 가을 햇살 사이로 낙엽이 춤추고 주변 시냇물 소리가 화음을 이뤘다. 자연의 소리가 더해진 클래식 선율이 하늘을 향해 뻗은 전나무, 풍성하게 자란 참나무 사이를 지났다. 500여명의 관객들이 클래식과 자연의 앙상블이 들려주는 평화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21일 국립수목원 휴게광장은 특별한 연주회장으로 변모했다. DMZ OPEN 콘서트 ‘가을의 수목원과 앙상블’을 주제로 피아노와 첼로, 기타 선율이 퍼졌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한 DMZ OPEN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전쟁의 상흔인 DMZ가 품고 있는 평화와 생태에 대한 소망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시도하는 페스티벌이다.
“모처럼 갠 날… 하늘이 허락한 숲 속 음악회”
▲ 지난 21일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 휴게광장에서 열린 ‘DMZ OPEN 콘서트’에서 임미정 음악감독이 연주자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자연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시냇물 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자연이 주는 소리 위에 겹쳐질 음악을 즐기세요. 모처럼 갠 날, 이렇게 하늘이 허락한 숲속 음악회를 즐겨주세요.”(임미정 음악감독)
“휴게광장을 넓게 둘러싼 참나무들을 잘 살펴보면 과거 도토리를 채취하던 시절 상처가 남아 있습니다. 오늘 자연과 인간이 합주하는 음악회로 우리와 함께 나무들도 위로 받았으면 합니다.”(임영석 국립수목원장)
연중 DMZ OPEN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임미정 음악감독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립수목원 장소를 물색해서 제공한 임영석 국립수목원장의 안내로 음악회가 시작됐다. 슈페르트의 ‘위령의 날의 기도’에 이어 포레의 ‘시실리안느’, 모차르트의 ‘작은 별 변주곡’, 홍난파의 ‘고향의 봄’, 그리고 우리의 ‘아리랑’까지 12곡의 레퍼토리가 채워졌다.
“시냇물 소리가 쉼표를 채운 자연의 음악회”“작은별 변주곡을 독주하다 음이 잠시 멈출 때 시냇물 소리가 공백을 채우는 순간을 느끼셨나요. 별과 개울물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순간었습니다.”(피아니스트 송영민)
“저도 식집사입니다. 그래서 오늘 제 연주가 우리와 나무들의 아픔까지 위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첼리스트 이정란)
피아니스트 송영민과 첼리스트 이정란의 협연은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했다. 이어 연주에 나선 북한 평양예술대 출신 이지안 기타리스트는 “클래식 기타 연주의 꿈을 한국에서 다시 찾게 되었는데, 한국에서처럼 북한에서도 로망스를 클래식 기타 연습곡으로 쓴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제가 열심히 연습했던 트레몰로 주법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고 했다. 관객들의 박수와 앵콜이 터져 나오자 즉석에서 알함브라의 궁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음악회 이후에도 문화적 소통의 장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국립수목원 어린왕자 프로젝트’ 캠페인에 참여하여 각자 마음에 드는 식물을 ‘내 나무’로 정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은주 기자